
정부가 국내 의료기기 기업의 임상실증과 시장진출 지원을 확대한다. 병원과 연계한 수요 창출로 우수 기술을 개발하고도 의료현장 도입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애로가 완화될 전망이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올해 바이오·헬스, 미래모빌리티, 로봇, 친환경·에너지 등 분야에서 수요기업과 스타트업이 협업해 판로, 투자유치, 세계 진출 등을 모색하는 '초격차 링크업'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이 중 헬스케어·의료기기 분야는 이대목동병원,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청주 아이엠재활병원과 초격차 스타트업 20곳이 협업한다. 난임, 치매, 암 진단, 재활 등 각 병원이 특화된 분야에서 임상 적용 가능성을 평가하고 검증 제품 구매 협의 기회를 제공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소프트웨어(SW) 연동 치료 기술, 영상판독, 암 진단 키트 등 초격차 기업 기술의 병원 임상 적용으로 기업 애로사항이었던 판로 확대를 기대한다”면서 “초격차 스타트업 1000+ 선정 기업을 대상으로 조만간 참여 업체를 모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가 제품 공급까지 지원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유의미한 매출이 실현돼야 기업이 실질적으로 성장한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디지털헬스케어 정책 지원을 위한 산업실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546개 조사 업체 중 2022년 매출 10억 미만인 회사가 304곳(64.7%)이었다. 매출이 없는 기업 역시 76곳(13.9%)이나 됐다.
혁신의료기기 통합심사·평가 제도 도입으로 비침습 기기의 의료현장 진입 속도는 단축됐지만, 병원이 기기를 구매해 환자에게 활용하는 것은 또 다른 장벽으로 작용한 셈이다. 디지털헬스케어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 요구사항을 묻는 질문에는 의료현장에서 시범 활용·확산 방안 마련과 보상체계(수가·지원금·바우처) 수립이 각각 19.2%, 14.3%를 차지했다. 이에 병원과 임상과 납품까지 이어지는 지원체계를 마련했다.
지난 9일에는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루닛, 시지바이오, 뉴냅스, 씨어스테크놀로지 등 의료기기 기업과 간담회를 갖고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규제개선을 약속하기도 했다.
디지털헬스산업계는 실증 확산과 함께 보상체계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으로 의료 인공지능(AI)은 비급여 상한이 정해져 있어, 원가 회수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의료 AI 기업 대표는 “병원 입장에서도 보상이 적은데 동의서 작성 등 부담이 많이 발생하니 처방을 꺼리고 있다”면서 “기술 가치를 반영한 수가 정상화로 해외로만 눈을 돌리는 우수 기술이 국내 환자에게도 활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