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산업용 화학 연료인 일산화탄소로 손쉽게 전환하는 기술이 개발됐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박경수 화학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그라함 허칭스 영국 카디프대학 교수, 김성근 서울대 교수와 공동으로 로듐(Rh) 촉매와 담체 간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해 이산화탄소를 산업 원료인 일산화탄소로 효율적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량이 계속 늘어나며 지구 온난화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를 단순히 배출량만 줄이는 것이 아니라, '쓸모 있는 물질'로 바꾸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다.
특히 수소와 반응시켜 새로운 물질로 전환하는 '수소화 반응'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 촉매 기술은 원하지 않는 부산물인 메탄이 주로 생성돼 활용도가 낮았다.
연구진은 아연(Zn) 기반 담체를 활용해 로듐 촉매 표면에 '오버레이어'라는 얇은 막을 형성하고, 이 구조를 통해 이산화탄소가 선택적으로 일산화탄소로 바뀌도록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기존보다 낮은 온도에서도 반응이 가능해졌으며, 일산화탄소 생성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이 이번 연구의 특징이다. 일산화탄소는 메탄올, 합성연료, 플라스틱 원료 등 다양한 산업 공정의 핵심 중간체로 활용될 수 있다.

연구팀은 또 고성능 전자현미경과 실시간 가스 분석 기술을 이용, 촉매 표면 구조와 일산화탄소 생성 경로 간의 관계를 원자 수준에서 추적했다. 이를 통해 '어떤 구조에서 어떤 생성물이 나오는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이는 향후 촉매 설계의 정밀도와 예측력을 높이는 기반 기술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 기술은 피셔-트롭쉬 합성, 수성가스 전이 반응 등 고온·고압 조건의 탄소중립형 화학 공정에도 적용 가능하다.
박경수 교수는 “이산화탄소를 단순히 줄이는 걸 넘어 정확히 원하는 물질로 바꿔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연구”라며, “이번 기술은 연료, 화학소재, 메탄올 생산 등 실제 산업에 바로 활용 가능한 선택형 촉매 설계 기술로, 향후 다양한 탄소중립 공정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차세대지능형반도체 기술개발 사업 지원을 받아 수행되었으며, 연구결과는 최근 세계적 학술지 'ACS Catalysis'에 온라인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