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광 칼럼] 인공지능은 경제 공황을 예지할 수 있을까?](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7/21/news-p.v1.20250721.9d75b14d7d8a4ec489fe3efd3455618f_P1.png)
경제 공황은 언제나 예기치 않게 다가온다. 1929년 대공황에서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시장 붕괴까지, 대부분의 경제 위기는 단순한 수치의 붕괴를 넘어 인간의 집단적 공포와 감정이 겹쳐진 결과물이었다. 전통적인 경제 모델은 이러한 위기를 사후적으로 설명하는 데는 유용했지만, 선제적으로 포착하거나 대응하기엔 한계를 보여왔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검증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되었다. 바로 인공지능(AI)이다.
경제 모델보다 '감정'을 이해하는 인공지능
인공지능은 기존의 경제 모델을 학습하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과거 수십 년간의 거시경제 지표, 자산 가격 흐름, 통화 정책, 실물 경제 변화 등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그 사이의 복잡한 상관관계를 추론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한 전환점은, 인공지능은 숫자 너머의 '감정'을 읽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인공지능은 이제 수많은 SNS 게시물, 뉴스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데이터를 통해 대중의 정서와 심리를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다. '공포', '불안', '패닉'과 같은 감정이 어떤 표현으로 나타나고, 그것이 자산 시장의 어떤 반응으로 이어지는지를 학습하는 것이다. 즉, 인공지능은 인간이 느끼는 감정의 움직임을 조기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제임스 건의 영화 슈퍼맨에서는 슈퍼맨이 SNS에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악플에 의해서 심리적으로 불안해지고 스트레스 받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인간의 감정이 일상 생활에서 영향받고 흔들리면서 사회, 문화, 경제적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예측을 넘어선 '예지'의 가능성
전통적인 금융 분석은 과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예측(prediction)'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은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트윗 하나, 정치인의 한마디, 갑작스런 공급망 교란이 시장의 심리를 무너뜨릴 수 있다. 인공지능은 이러한 변수들을 시계열 데이터의 연속선이 아닌, 비정형적이고 감성적인 흐름의 데이터로 분석하고, 그 안에서 위기의 징후를 감지하는 '예지'적 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은 단순히 GDP 성장률 하락이나 금리 변동성을 경고하는 수준이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지금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공포에 기반한 매도 압력이 증폭되고 있다'와 같은 통찰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경제 공황이라는 극단적 현상의 핵심인 '집단 심리'를 보다 정밀하게 포착할 수 있게 한다.
공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혁신
경제 공황은 단순한 시스템 실패가 아니라, 집단적인 두려움의 전염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려면 숫자보다 먼저 감정을 읽고, 그 감정이 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은 이를 가능하게 한다. 공포의 조짐을 조기에 포착하고, 정책 당국이나 시장 참여자에게 경고함으로써 과잉 반응을 줄일 수 있다. 더욱이 AI는 위기 속에서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인간이 감정적으로 결단하지 못할 때 차분한 판단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은 단순한 데이터 해석기가 아니라, 인간 심리의 관찰자이자 조정자로서 경제 공황을 예지하고 완화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 앞으로의 금융 시스템은 인공지능이 예지한 '공포의 움직임'을 읽고, 보다 정교하고 유연한 대응 전략을 설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인간보다 더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는 기술을 통해 불확실성의 시대를 살아가게 될 것이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