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뷰」는 문화 콘텐츠, 스포테인먼트, 생활경제를 가로지르며, 그 교차점에서 탄생하는 새로운 흐름과 시장의 신호를 짚어봅니다. 산업의 경계를 넘어, 변화의 구조를 읽는 시선입니다.
![[유정우의 크로스뷰] 국민 눈 건강 vs 밥그릇 지키기](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5/07/31/news-p.v1.20250731.3f08b3703cf444c5a6a89fff20a5e78d_P1.png)
최근 대한안경사협회(이하 대안협)의 행보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콘택트렌즈 온라인 '픽업 서비스' 차단, 누진다초점렌즈 홈쇼핑 판매 중단 압박, 가맹 안경원 안경사에 대한 징계 경고 등 강경 대응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협회는 이를 '국민 눈 건강'을 위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실상은 기득권 방어를 위한 집단적 이해 개입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특히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편익과 권익이 가장 먼저 희생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는 '픽업 서비스'가 있다. 이는 소비자가 온라인에서 콘택트렌즈 광고를 보고, 지정한 오프라인 안경원에서 결제와 상담을 거쳐 제품을 수령하는 방식이다. 상품 정보 접근성과 거주지 인근 수령의 편리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어,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을 중심으로 만족도가 높았다.
그러나 대안협은 이를 의료기사법상 불법 판매로 규정하고, 관련 플랫폼을 경찰에 고발했다. 더 나아가 참여 안경원에는 '안경사 자격 정지' 등 징계 가능성까지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검찰이 이미 불기소 결정을 내린 사안임에도, 협회가 2차·3차 고발을 이어가며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는 “법적 해석이 아직 내려지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플랫폼 측은 “브랜드 광고를 통해 맞춤 정보를 제공하고, 소비자가 안경원을 선택해 실제 제품은 오프라인에서 결제·상담 후 수령하므로 합법”이라는 법률 자문을 근거로 대응 중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편리한 구매 채널을 차단당해 불편을 감수하게 됐다. 특히 거주지 인근에 안경원이 없는 소비자나 평일 렌즈 구매 시간이 제한된 직장인의 불편은 더 크다.
협회의 '국민 안전' 명분이 실제로는 소비자 편익을 제한하고, 기존 유통 질서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협회는 최근 홈쇼핑 채널을 통한 누진다초점렌즈 판매에도 제동을 걸었다.
대형 안경 체인이 4만 원대 초저가 상품을 홈쇼핑에 선보이자, 협회는 '과장 광고' 및 '유인 알선' 금지 위반 소지를 들어 방송 중단을 압박했다. 결국 GS샵과 현대홈쇼핑, 롯데홈쇼핑, CJ온스타일 등 국내 대표적인 홈쇼핑 등이 진행 또는 계획 중인 관련 방송 진행을 모두 취소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저렴하게 구매할 선택적 권리'를 빼앗은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한다.
누진다초점렌즈는 중장년층에게 필수 품목이지만, 시중 안경점에서는 수십만 원에 판매돼 가격 부담이 크다. 그런 점에서 주요 홈쇼핑 채널을 통한 저가 상품 판매 시도는 소비자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긍정적 시도로 평가됐다.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협회가 문제 삼은 저가 제품이 이미 오프라인 안경원에서도 유사한 가격대에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협회가 유독 홈쇼핑 채널에만 제동을 건 이유에 대해 “대형 체인의 마케팅 채널을 견제하려는 조치이자, 특정 업체를 겨냥한 불공정 단체행동”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복수의 공정거래법 전문가들도 “정황상 소비자보다 협회 회원, 특히 영세 안경원의 이익을 우선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과 유통 채널에 대한 과도한 개입은 경쟁 제한 행위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협회의 대응 방식 역시 논란이다. 협회는 픽업 서비스에 참여한 안경원의 명단을 별도로 관리하고, 징계와 자격 정지 등을 거론하며 사실상 압박을 가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단순한 내부 규율 차원을 넘어 회원 자율성과 소비자 중심 서비스 혁신을 억압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소지가 크다.
협회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 편익을 높이기 위한 혁신적 시도가 위축되고, 개별 안경점의 경쟁력까지 저해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사실상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며 변화를 막고 있다”며 “일각에서는 협회가 개별 안경원을 프랜차이즈처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만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협회는 스스로 자문해봐야 한다. 국민 눈 건강이라는 명분 뒤에 숨어 소비자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경과 콘택트렌즈는 누군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의료 생필품이다. 서민 경제와 물가 상승 우려가 큰 지금, 소비자의 '싸게 살 권리'가 무시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정책 당국의 철저한 실태 점검이 시급하다.
필자소개/ 유정우
언론인 출신인 유정우 대표는 한국경제신문과 한경텐아시아, 블로터 등을 거치며 문화 및 콘텐츠 산업과 생활경제,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등 분야를 취재해 왔다. 한국경제TV에서는 '마이스(MICE)광장'과 '머니앤스포츠'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현재 대학교에 출강하며 다수의 매체에 기명 칼럼을 운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