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술잔을 내려놓고 '대마초 성분 음료(THC 음료)'를 찾는 소비자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칼로리 부담이나 숙취 걱정은 없으면서도 기분이 좋아지는 효과 덕분에, 음주 대신 대마 음료를 즐기는 '신(新)음용 문화'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16일(현지시간) CBS 뉴스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음주 비율이 54%로 떨어져 193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주류의 인기가 시들해지는 대신, 대마초의 주성분인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이 함유된 음료가 새로운 소비 대세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오리건주의 대마 산업 자문업체 휘트니 이코노믹스(Whitney Economics)의 보 휘트니 수석 경제학자는 “THC 음료가 와인, 맥주, 증류주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며 “향후 10년 내 주류 시장의 일부를 잠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휘트니 이코노믹스는 미국의 THC 음료 시장 규모가 2024년 11억 달러(약 1조6천억 원)에서 2035년 56억 달러(약 7조9천억 원)로 다섯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미국 44개 주에서 합법적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500~750개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해 있다. 이 중 약 30여 개는 전국 유통망을 갖춘 대형 브랜드로 성장했다.
흥미로운 점은 30~40대 여성이 이 시장의 핵심 소비층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은 칼로리와 숙취에 민감한 세대”라며 “THC 음료를 '건강한 힐링 주류'로 인식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경고음을 울린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THC 음료 역시 중독 위험이 있으며, 장기간 섭취 시 불안·편집증·정신병적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DC는 대마초 사용으로 사회생활에 문제가 생겨도 중단하지 못하는 상태를 '대마초 사용 장애(Cannabis Use Disorder)'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대마 성분이 함유된 음료의 제조·판매·소지가 모두 불법이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