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교사들이 이른바 '몬스터 페어런츠'라 불리는 일부 학부모들의 지나친 요구로 극심한 압박을 받고 있다. 입학식에 벚꽃이 충분히 피지 않았다는 이유부터 급식 메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사소한 문제까지 항의가 이어지며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심각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일본 각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무리한 요구를 퍼붓는 학부모가 늘어나자 도쿄 교육 당국이 최근 교원 보호와 부당한 민원 제한을 위한 공식 가이드라인 마련에 착수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 학부모의 과도한 간섭 문제가 사회적 논란이 된 것은 2007년이다. 당시 교육 전문가 무코야마 요이치가 밤낮없이 교사에게 비현실적인 요구를 제기하는 부모들을 '괴물 부모'라고 처음 표현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매체는 이후 학부모들의 민원 방식이 더욱 집요하고 교묘하게 변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일본 교사들은 과거보다 학부모들의 권리 주장 강도가 훨씬 거세졌다고 입을 모은다.
현장에서 접수되는 항의는 종류도 다양하다. 입학식 당일 벚꽃이 덜 피었다고 문제 삼거나 급식이 맛없다는 이유로 학교에 책임을 묻는가 하면, 아이가 벌레에 물렸다는 이유로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후지TV는 아이가 가벼운 상처를 입은 사건 이후 학부모가 치료비뿐 아니라 저녁 식대까지 청구한 사례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민원 폭증은 교육자의 정신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본 문부과학성이 공개한 공립학교 교직원 근무 실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정신 질환으로 장기 병가를 낸 교직원 수는 5897명으로 전년도(5203명)보다 694명 증가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의 배경으로 인구 감소와 사회 구조 변화 등을 지목한다. 이즈미 쓰지 도쿄 주오대 문화사회학 교수는 “저출산 영향으로 부모들이 자녀의 성과와 안전에 모든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며 “과거처럼 대가족이나 지역 공동체가 조언을 제공하던 구조가 사라지면서 불만이 학교로 향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