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종의 금속 원소를 탄산수에 섞어 1분 만에 복합 나노 입자를 합성하는 현대판 연금술이 나왔다. 물속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를 연결고리로 이용해 금속을 한데 묶어냈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조승호·이석빈 신소재공학과 교수와 김정환 반도체소재·부품대학원 교수가 독일 쾰른대, 미국 퍼듀대 연구진과 공동으로 다종 금속 원소를 혼합한 '초고엔트로피 나노소재'를 1분 만에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고엔트로피 나노소재는 5가지 이상의 나노금속을 섞은 소재로 단일 금속보다 내구성과 촉매 활성 등이 뛰어나 배터리,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주목받는다.
하지만 다종의 금속 원자는 저마다 크기가 달라 여러 종을 한 번에 섞으려면 수천℃의 고온과 고압이 필요하다. 생산 비용을 높이고 대량 생산을 가로막는 주 원인이었다.
공동 연구팀은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상온·상압에서 손쉽게 합성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산화탄소는 물에 녹으면 탄산 이온(CO₃²⁻) 상태로 바뀌는데, 이 탄산 이온을 서로 다른 금속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로 활용했다.

제조 과정도 간단하다. 물에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해 탄산수를 만든 뒤 수산화물(OH⁻)을 첨가하면 물속에 녹아있던 이산화탄소가 금속과 결합하기 쉬운 탄산 이온으로 변한다. 여기에 이온 상태의 금속 원료가 담긴 용액을 넣고 1분간 저어주면 가루 형태의 나노소재가 합성된다.
연구팀은 이 방식으로 영구자석용 희토류 금속인 네오디움(Nd)과 전이 금속인 구리, 철 등 최대 30종의 금속이 섞인 '금속 탄산염 나노 입자'를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합성 물질을 전자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일반적 결정과 달리 장거리 규칙성이 없는 독특한 구조여서 촉매 반응이나 에너지 저장 효율을 높이는 데 유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승호 교수는 “고온·고압 환경에서만 가능했던 다성분 금속 합성을 상온에서 이뤄냈다. 제조 원가를 획기적으로 낮출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용 촉매, 이차전지 전극 소재 등 다양한 소재 조합을 탐색하고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나노레터스 11월 21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