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만 적었을 뿐인데 더 강력했다”

“팩트만 적었을 뿐인데 더 강력했다”
과장·선동 문구가 난무하는 정치 현수막에 대한 시민 피로도가 커지는 가운데, '표결 불참'이라는 사실만을 담은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구(을) 지역위원장의 현수막이 SNS에서 이례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관련 게시물은 공개 이틀 만에 조회수 7만을 넘기며 자발적 공유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전국 곳곳에서 경쟁적으로 내걸리는 정치 현수막은 종종 자극적 문구로 시민 불만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재성 위원장의 현수막은 감정적 수사 없이 '팩트만 전달'한 대조적인 메시지로 높은 주목도를 얻고 있다.
이번 현수막이 더 큰 관심을 끄는 이유는, 조경태 의원의 해양수도 특별법 표결 불참 때문이다. 지난달 본회의에서 재석 256명 중 255명이 찬성해 사실상 만장일치로 통과된 법안이었지만, 정작 조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 의원은 지역 곳곳에 '특별법 통과'를 자축하는 현수막을 내걸어 논란을 키웠다.
이에 이재성 위원장은 “압도적 찬성 통과··· 그러나 조경태 의원은 표결 불참”이라는 문구를 통해 사실관계만을 정확히 알리는 방식을 선택했다.
SNS에서는 “정치 현수막의 정수”, “쿨하게 팩트만 적었는데 더 강력하다”, “과장 없이 기본에 충실한 메시지가 신뢰를 준다” 등 긍정적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페이스북에서는 조회수 수만 건이 쌓였고, 댓글에는 “이게 진짜 정치”, “자극 대신 사실로 말하니 더 설득된다”, “시민의 알 권리를 지키는 현수막” 이라는 반응이 줄을 잇고 있다.
이재성 위원장은 “과장이나 선동 없이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했다”며 “부산의 미래가 달린 중요한 법안에서 지역 의원이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 시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책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역시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공격적 문구가 아닌, 정직하고 단순한 메시지가 더 큰 공감과 신뢰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재성 위원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직접 발탁한 영입인재 2호로, 서울대 계산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엔씨소프트 전무, 자율주행 스타트업 새솔테크 대표를 역임했다. 지난 대선에서는 이재명 후보 직속 'AI강국위원장'을 맡아 핵심 정책을 설계했다.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는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내년 6월 부산시장 후보군의 유력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