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2월 17일~28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

우크라이나 극작가 마리아 라도의 희곡을 기반으로 한 연극 '심플 스토리'는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올해 12월 재연을 앞두고 있다. 이번 재연에서 가장 중요한 감정의 축을 담당하는 배우가 있다. 바로 '암소(임신한 소)'를 연기하는 배우 온세미다.
암소는 축사 안 동물들 가운데 가장 오래, 가장 깊게 인간과 연결된 존재다. 평생을 임신과 출산에 묶여 살아가지만 인간을 원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온세미는 이 캐릭터를 “가장 아름답고 가장 슬픈 마음을 가진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연극 '심플 스토리' 개막을 앞두고 온세미 배우를 만나, 암소라는 독특한 배역에 담긴 정서와 해석을 들어보았다.
“암소는 누군가의 희생이 아니라, 존재 자체가 사랑인 캐릭터입니다”
온세미는 배역을 처음 받았을 때 “무겁고 아픈 캐릭터라고만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작품을 깊게 들여다보며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한다.
“이 암소는 자신이 평생 임신하고 젖을 짜주기 위해 존재한다는 걸 알아요. 그걸 억울해하지 않아요. 오히려 '내가 줄 수 있는 온기를 인간에게 나눌 수 있음'을 기쁘게 받아들여요. 제가 느낀 암소는 희생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존재였어요.”
이 말은 '심플 스토리' 전체가 가진 메시지와도 맞닿아 있다. 동물의 시선으로 본 인간 세계의 폭력과 비극 속에서도, 암소는 유일하게 인간을 향한 따뜻함을 잃지 않는 상징적 인물이다.
“몸보다 마음을 만드는 데 시간이 더 필요했어요”
'암소 연기'라고 하면 흔히 몸짓·걸음걸이를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온세미가 가장 오래 고민한 부분은 '암소의 마음'이었다.
“젖소는 평생 자기 삶을 선택해본 적 없는 존재잖아요. 그런데도 인간을 향한 애정을 갖고 있어요. 그 마음의 결을 놓치지 않으려고 많은 시간을 썼어요.”
그는 임신과 출산을 반복해온 암소의 만성적 피로감, 부드러움, 인내, 체념이 아닌 사랑을 몸짓과 호흡으로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암소는 빠르게 움직이지 않아요. 세상을 흡수하듯이 천천히 받아들여요. 저도 연습할 때마다 호흡을 깊게 낮추고, 몸 전체가 '수용하는 존재'가 되도록 만들려고 했어요”, “전기광 연출님이 말씀하셨어요. '이 암소는 신성에 가까운 존재'라고”. 온세미는 이번 캐릭터를 통해 연출의 디렉션을 깊게 체감했다고 한다.
“연출님이 '암소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이 잃어버린 사랑을 상징한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이 캐릭터를 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어요.”
실제로 극 중 암소는 인간의 잔혹함을 알고도 원망하지 않고, 인간의 슬픔을 미리 알아채며 다른 동물들을 감싸 안는 '축사의 어머니 같은 존재'다.
온세미는 이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해 “강한 감정을 크게 폭발시키는 대신, 말없이 버티는 정서”를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암소는 관객의 마음을 제일 천천히 파고드는 존재예요”
암소의 가장 큰 특징은 감정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느린 감정이야말로 관객의 가슴속에 오래 남는 장치가 된다.
“소리는 크지 않은데, 울림은 가장 큰 역할이에요. 관객분들이 공연 막판에 '왜 이 암소가 이렇게 마음을 흔들까'를 느끼실 거예요.”
그는 동물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 간의 호흡도 이번 재연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돼지·말·개·수탉 모두 각자의 상징이 있어요. 그 안에서 암소가 중심을 잡아주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팀워크가 정말 좋아요. 연습 때마다 감정이 새롭게 쌓여요.”
마지막으로 온세미는 관객에게 이렇게 전했다. “'심플 스토리'는 동물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예요. 제가 연기하는 암소가 관객 여러분께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강한가'를 조용하게 전해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연극 '심플 스토리'
기간: 2025년 12월 17일~28일
장소: 대학로 드림시어터
예매: 인터파크·대학로 티켓닷컴
제작: 극단 불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