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푸왕 부장품 목선, 관람객 앞에서 조립

이집트 카이로 인근에 새롭게 문을 연 이집트 대박물관(GEM·Grand Egyptian Museum)에서 4500년 전 고대 이집트 제4왕조 쿠푸왕의 부장품으로 알려진 목선 '태양의 배'에 대한 공개 복원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AP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쿠푸왕의 것으로 확인된 두 척의 배 가운데 한 척인 삼나무 목선이 이날 오전부터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립에 들어갔다. 복원팀은 소형 기중기를 이용해 1650여 개에 이르는 나무 조각을 하나씩 옮겨가며 맞추는 과정을 공개했다.
조립 중인 목선은 길이 42m에 달하는 대형 선박으로, 이미 복원이 완료돼 전시 중인 다른 한 척의 태양의 배 옆에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전체 복원에 약 4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셰리프 파티 이집트 관광유물부 장관은 “오늘 여러분은 21세기 가장 중요한 복원 프로젝트 중 하나를 직접 목격하고 있다”며 “이번 작업은 박물관 차원을 넘어 인류 역사와 문화유산 보존에 있어 중대한 의미를 지닌다”고 말했다.
이번 복원 사업은 일본국제협력기구(JICA)의 지원을 받아 약 35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1억870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쿠푸왕의 배 두 척은 1954년 기자 대피라미드 남쪽 맞은편에서 발견됐다. 이 배들이 정확히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계에서는 쿠푸왕의 장례식에서 시신을 운반하는 데 사용됐거나 태양신 라와 함께 사후 세계로 항해하기 위한 상징적 배였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쿠푸왕은 약 4500년 전 고대 이집트를 통치했으며, 세계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기자 대피라미드를 건설한 파라오다.
약 5만 점의 유물을 소장한 이집트 대박물관은 착공 20년 만인 지난달 초 공식 개관했다. 총 공사비는 10억 달러에 달하며, 이 가운데 약 80%가 JICA의 지원으로 충당됐다. 박물관에는 1922년 발견된 투탕카멘 파라오의 무덤에서 출토된 보물 등 이집트 고대 문명의 정수가 집대성돼 있다.
개관 이후 이집트 대박물관에는 하루 평균 1만5000명의 관람객이 찾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기자 피라미드 인근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이 국내총생산의 약 9%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의 핵심 성장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명선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