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암벽 등반가 알렉스 호놀드가 대만 타이베이의 초고층 건축물 '타이베이 101'을 어떠한 보호 장비도 없이 올라 정상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다.
2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호놀드는 이날 오전 9시 10분경 등반을 시작해 약 1시간 30분 만에 해발 508m 높이의 최상층에 도착했다. 정상에 오른 그는 건물 꼭대기에서 '셀카'를 촬영하며 도전의 순간을 기록했다.
이날 호놀드의 도전은 넷플릭스 프로그램 '스카이스크레이퍼 라이브:초고층 빌딩을 오르다'로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그는 실시간 중계를 맡은 넷플릭스 제작진에게는 “체력 소모는 컸지만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강 구간에서는 안전을 위해 로프를 사용했다.
타이베이 101은 높이 508m로 현재 세계에서 11번째로 높은 건물이다. 대만을 대표하는 상징적 건축물로 2004년 완공됐으며,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부르즈 할리파(828m)가 세워지기 전까지는 세계 최고층 빌딩이었다. 이번 도전으로 호놀드는 인류가 맨몸으로 오른 건축물 가운데 최고 높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이전 기록은 프랑스 출신의 등반가 알랭 로베르가 2009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페트로나스 트윈타워(약 452m)를 올랐을 때 수립됐다.
타이베이 101은 대나무 줄기를 모티브로 설계돼 8개 층마다 돌출 구조물이 반복된다. 각 구간은 완전한 수직이 아닌 바깥쪽으로 기울어진 형태여서 손과 발의 위치를 정확히 계산하지 않으면 등반이 쉽지 않은 구조로 알려져 있다.
호놀드는 사전에 안전 장비를 착용한 상태로 건물 외벽을 오르며 동작과 이동 경로를 반복 학습했다. 실제 도전 당일에는 망설임 없이 빠른 속도로 상승했으며, 몸에 지닌 장비는 허리에 찬 탄산마그네슘 주머니가 전부였다.
현장에는 그의 도전을 보기 위해 수많은 관람객이 몰렸다. 수백 미터 상공에서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장면이 연출될 때마다 탄성과 긴장감 섞인 반응이 이어졌다. 건물 내부에서도 많은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장면을 담았고, 호놀드는 중간중간 손을 들어 화답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러나 보호 장치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진행된 만큼 사소한 실수도 치명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 논란이 뒤따랐다. 특히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이 이를 실시간으로 송출한 것이 적절했는지를 두고 윤리적 비판 역시 제기됐다.

호놀드는 로프 없이 오르는 '프리 솔로(free solo) 클라이밍'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2017년 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 캐피탄 암벽을 최초로 장비 없이 등반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해당 도전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는 제91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2020년 결혼해 두 딸을 두고 있으며, 2012년에는 개인 자금으로 재단을 설립해 전력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태양광 발전 설비를 보급하는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로 받은 출연료는 약 9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호놀드는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대형 계약과 비교하면 매우 작은 금액”이라면서도, 해당 보상은 등반 행위 자체보다는 콘텐츠 제작과 중계 권리에 대한 대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방송 없이 단순 허가만 이뤄졌다면 비용을 받지 않고서도 도전에 나섰을 것”이라며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록과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