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권사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의 전산 오류가 반복되면서 자본시장 인프라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거래 규모와 이용자 수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전산 투자와 시스템 안정성은 이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에는 한국투자증권 MTS에서 일부 퇴직연금 계좌의 잔고와 수익률이 실제와 다르게 표시되는 오류가 발생했다. 거래량 급증으로 수도결제 처리가 지연되면서 일부 상장지수펀드(ETF) 보유 잔고 조회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은 정확한 원인 파악에 나섰다.
이 같은 전산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코스피가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날에는 메리츠증권에서 MTS와 HTS 접속이 지연되는 장애가 발생해 투자자들이 거래에 불편을 겪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미국 증시 급락 국면에서 키움증권 MTS 접속 지연이 발생하면서 투자자 불만이 커졌다.
이들 사고는 공통적으로 거래량이 급증하거나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점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증권사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시가 급등락을 반복하는 장세에서는 접속 지연, 주문 처리 장애, 잔고 조회 오류 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입자 500만명 이상 증권사 9곳(한국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신한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토스증권)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발생한 전산장애는 총 19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장애만 84건에 달한다.
이처럼 전산 안정성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의 거래시간 확대 정책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6월 29일부터 정규장 거래시간 확대와 장외 거래시간 확대, 대체거래소 도입 등을 통해 시장 거래 시간을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주문 처리량과 시스템 가동 시간이 함께 증가하는 만큼 전산 장애 발생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급등락 장세에서 시스템 불안정이 반복될 경우 거래시간 확대가 오히려 시장 혼란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증권사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도 거래시간 연장 일정 조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이 MTS인데 이곳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시장 영향이 상당하다”며 “거래시간이 늘어나면 시스템 부담도 커지는 만큼 증권사들이 사전에 충분한 테스트와 안정성 검증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