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인 '혁신금융서비스'가 도입 7년을 맞으면서 제도의 성격이 바뀌고 있다. 초기에는 간편결제와 보험·투자 상품 등 소비자 접점 중심의 혁신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기반 업무 자동화와 데이터·보안 인프라 등 금융회사 내부 시스템 혁신 실험이 빠르게 늘고 있다.
11일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 지정현황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기준 혁신금융서비스는 누적 1036건이 지정됐고 이 가운데 421건이 실제 시장에 출시됐다. 2019년 제도 도입 이후 간편결제, 대출 비교,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마이데이터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샌드박스를 통해 시장에 등장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기존 금융 규제로 출시가 어려운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일정 기간 규제 적용 없이 시험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규제 샌드박스 제도다.
제도 초기에는 뱅크샐러드·핀다 등 핀테크 기업이 주도하는 소비자 서비스 혁신이 중심이었다. 간편결제와 대출 비교 플랫폼, 새로운 보험 상품 등 금융 소비자와 직접 접점을 갖는 서비스들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되며 새로운 금융 서비스 실험이 이어졌다.
최근 2~3년 사이에는 금융사 AI 도입 통로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은행·증권·보험 등 기존 금융회사들이 내부 시스템 혁신을 위한 규제 특례를 사용하면서다. 생성형 AI 기반 금융 상담, AI 투자정보 분석, 내부 문서 작성 자동화 등 금융회사 임직원의 업무 환경 개선을 겨냥한 서비스가 다수 포함됐다. 기존에는 망 분리 규제로 금융회사 내부망에서 외부 클라우드나 AI 서비스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었지만 규제가 일부 완화되면서 AI 기반 서비스 실험이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다만 이 같은 변화가 제도 본래 취지와 맞는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혁신금융서비스는 새로운 금융상품과 소비자 서비스를 시장에서 시험하기 위한 규제 실험 제도로 도입됐지만 금융회사 규제 특례 창구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또 서비스 실증이 실제 제도권 사업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실증을 거친 서비스라도 정식 인허가 단계에서 새로운 규제 요건이 적용되면서 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1년부터 혁신금융서비스로 부동산 조각투자 실증을 진행했던 루센트블록은 최근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루센트블록은 부동산 수익증권을 소액 단위로 나눠 투자할 수 있는 플랫폼을 운영해왔다. 업계에서는 샌드박스 실증을 거친 서비스라도 제도권 편입 단계에서 규제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사업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를 믿고 시장을 준비해 온 기업들이 제도화 과정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