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수 칼럼] 애플TV의 역습

 [신화수 칼럼] 애플TV의 역습

올해도 어김없다. 기술 뉴스의 중심은 역시 애플이다. 당장 ‘아이패드3’와 ‘아이폰5’다. 언제 나올지, 어떻게 달라질지 애플 마니아가 아니어도 궁금하다. 클라우드 컴퓨팅, e북 스토어, 디지털광고 전략도 관심사다.

 더 궁금한 게 있다. 애플TV다. 다른 것은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어도 이것만 온통 베일에 싸였다. 진입 장벽이 높은 TV시장을 향한 애플의 선택은 과연 뭘까. 아이폰으로 통신 시장을 뚫었듯이 TV 시장도 헤집을까. 정말 알고 싶다.

 최근 단서들이 나왔다. 2분기나 3분기 중 32인치, 37인치가 나올 것이란 외신 보도와 앱 개발자들의 애플TV 탈옥(해킹)이다. TV에서 iOS와 앱을 작동한 탈옥 동영상은 새삼스럽지 않다. 지난해도 있었다. 중요한 것은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TV에서도 앱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출시 여부와 시점도 확실하지 않다. 삼성전자와 샤프가 칩과 디스플레이를 공급한다는 소문도 확인되지 않았다. 의아한 게 화면 크기다. 40인치 이상이 주력인데 30인치대는 뜬금없다. 사실이라면 시장 타진 단계에 가까울 수 있겠다.

 화면 크기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모습인지다. ‘시리’와 같은 음성인식으로 작동할까. 같은 TV프로그램을 보면서 멀리 떨어진 친구나 모르는 사람과 수다를 떠는 소셜 네트워크가 될까. SF영화에서 많이 본 TV 영상통화와 영상회의가 가능할까. 애플TV가 일부라도 구현하면 TV는 바로 혁명의 길을 향할 것이다. 음성인식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키넥트’의 몸짓인식까지 나오면 TV 리모컨은 쓸모없게 된다. 동영상 검색 시장도 꽃을 피운다. TV소셜네트워크는 방송 프로그램의 형태까지 바꿔놓는다.

 애플TV가 가야 할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방송네트워크란 큰 산이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애플TV는 전통적인 케이블네트워크와 양립하기 힘들다. 케이블 네트워크 입장에선 시청료 수입, 시청 점유율을 잠식할 애플TV를 원치 않는다. 애플의 TV 콘텐츠 파워도 약하다. 애플이 아무리 자금력이 풍부해도 케이블네트워크처럼 많은 채널과 콘텐츠제작사를 끌어안을 수 없다. 케이블 네트워크에 종속된 채널과 콘텐츠제작사가 안전한 둥지를 떠나 당장 돈이 되지 않는 애플TV와 손을 잡을지도 의문이다. 남의 콘텐츠를 그냥 사오는 것은 애플의 사업 모델도 아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한번 본 것 같지 않나. 맞다. 아이팟과 아이튠스다. 애플은 두 무기만으로 글로벌 음반 배급사가 장악한 음원시장을 빼앗았다. 음반배급사가 케이블네트워크라면, ‘아이팟+아이튠스’가 애플TV다. 물론 음원과 TV시장은 다르다. 나라마다 다른 케이블네트워크와 제작사들로 이뤄졌다. 일일이 공략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나라나 케이블네트워크와 콘텐츠제작사는 갈등의 관계다. 재송신 등 분쟁이 빈번하다. 둘 사이를 더 벌어지게 만든다면 애플TV가 파고들 여지가 생긴다.

 바뀐 TV 시청 형태도 애플에 문을 열어준다. 많은 시청자가 스포츠 중계 등을 제외하곤 단지 본방을 보려 TV 앞에 앉지 않는다. 보고 싶을 때 언제든 꺼내보길 원하다. 기껏해야 서너 채널만 즐겨본다. 원치 않는 수많은 패키지 채널 상품에 내는 돈이 아깝다. 채널이나 콘텐츠별로 골라서 보고 싶은 시청자 욕구를 충족시키는 케이블 네트워크는 없다. 기술적으로 더 용이한 IPTV도 이런 차별성보다 케이블네트워크를 흉내내는 데 급급하다.

 2007년 1월이다. 애플은 셋톱박스 형태로 애플TV를 선보였다. 실패했다. 이젠 내장형이다. 5년은 실패를 보완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무엇보다 실패에서 성공의 길을 찾는 능력이 뛰어난 기업이다. 그래서 새 애플TV가 무척 궁금한 동시에 또 우리에게 어떤 충격을 줄까 두렵기도 하다.

 신화수 논설실장 hs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