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물량 급감을 우려하던 국내 PDP TV 부품·소재 업체들이 올해 상반기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와 유사하거나 조금 더 많은 물량을 수주 받았다. PDP TV는 시장이 점점 축소되고 있지만 동계올림픽·월드컵 특수에다 일본업체들이 PDP 패널 생산을 중단키로 한 덕분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PDP TV용 소재를 공급하는 휘닉스소재는 올해 1분기 PDP 파우더·페이스트 등 디스플레이 매출이 80억~90억원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꾸준히 영업이익을 내온 사업이다. 휘닉스소재 관계자는 “1분기 수주량이 예년과 큰 변화가 없다”며 “상반기 디스플레이 사업 실적이 예상보다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PDP 디스플레이 구동칩 업체인 다윈텍 역시 상반기 수주 실적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윈텍 관계자는 “상반기 주문량으로 봤을 때 가동률이 전혀 떨어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PDP TV를 약 500만대, LG전자는 250만대를 각각 판매한 것으로 추산된다.
사업 철수설이 꾸준하게 흘러나오고 있지만 상반기 PDP TV 판매가 호조를 보이는 까닭은 대형 이벤트가 몰려 있기 때문이다. TV 시장에서 ‘월드컵 불패’ 신화가 깨진 적이 없고 세계 시장에서 아직 PDP T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있다.
지난 연말 파나소닉이 PDP TV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경쟁사가 줄어든 덕도 있다. 파나소닉은 지난해 10월 PDP 생산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올해 상반기가 PDP TV 생태계의 기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NPD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PDP TV 출하량은 1029만5000대를 기록했고, 올해는 585만5000대로 급감할 전망이다. 오는 2016년 70만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전망치와 현재 삼성전자·LG전자의 생산능력을 고려하면 상반기 확보한 PDP TV 판매가 끝나면 생산량은 거의 끊길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도 천안 PDP 공장을 구리·인듐·갈륨·셀레늄(CIGS) 기반 태양광모듈 공정으로 일부 전환하는 등 PDP 사업 정리 수순을 진행 중이다. LG전자는 지난달 기업설명회(IR)에서 PDP 시장 역성장을 언급하면서 사업 철수를 예고했다. PDP 공장 용지를 강화유리 생산 공장 등으로 전환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를 마지막 특수라고 생각하고 이 때 수익을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며 “하반기부터 국내 완제품 업체들도 물량이 끊길 것으로 예상하고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