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탬프(Stamp)’는 매장 적립 쿠폰을 스마트폰으로 옮긴 서비스다. 커피전문점이나 중국집의 종이 쿠폰 모바일 앱이라고 보면 된다. 서비스는 전혀 복잡하지 않고 쿠폰에 도장을 찍는 형태가 그대로다. 고객이 앱으로 해당 매장 쿠폰을 제시하면 매장에서 전자도장을 찍어준다. 특이한 점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태국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이다. 지난해 태국 스타트업 콘테스트에서 1위를 차지하며 주목받았다. 완만하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서비스로 최근 홍콩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고수가 사랑한 스타트업 with 이은우]<29> 적립 쿠폰을 스마트폰에 넣은 `스탬프`](https://img.etnews.com/photonews/1403/542990_20140319164337_013_0001.jpg)
-정진욱(콘텐츠대학부 기자)=서비스는 굉장히 이해하기 쉽다. 추천하는 이유는.
▲이은우(소프트뱅크벤처스 상무)=아직 뚜렷한 성과가 없어 성공했다고 말하기 힘들다. 그래도 추천하는 이유는 접근법에서 다른 스타트업이 참고할 만한 시사점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아는 기업이라면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을 때 어떤 식의 전략을 짜야하는지도 얘기해보고 싶다.
-정진욱=다른 스타트업이 참고할 만한 스탬프의 접근법은 무엇인가.
▲이은우=고객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다. 멋있고 새로운 게 핵심이 아니다. 이전이랑 같은 일을 좀 더 쉽게 하게 해준다면 멋진 기술이다. 고객 입장에서 브랜드별, 매장별 쿠폰을 모두 챙겨 다니는 일은 매우 귀찮다. 지갑도 두꺼워진다. 매장 입장에선 고객의 충성심을 높이기 위해 쿠폰을 발행하지만 해당 고객이 누구인지, 얼마나 자주 오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스탬프는 고객과 매장 모두의 아쉬움을 해결한다. 고객은 앱 하나로 스탬프와 제휴한 모든 브랜드·매장 쿠폰을 대신한다. 평소 하던 행동에서 바뀐 건 크게 없지만 편의성은 높아진다. 매장 역시 기존대로 쿠폰에 도장을 찍기만 하면 된다. 여기에 고객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채널을 얻는다. 쿠폰을 사용한 고객의 기본정보와 반복 구매율을 알 수 있고 푸시로 매장 이벤트 소식을 전할 수 있다. 여전히 전단지 배포 외에 별다른 마케팅 수단이 없는 작은 동네 매장 점주에겐 매력적이다. 스탬프는 쿠폰에 도장을 찍는다는 기본 고객 행동을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뒤에서는 매장점주도 만족할 만한 관리·마케팅 채널을 만들었다.
-정진욱=스탬프의 비즈니스모델은.
▲이은우=전자도장을 대여하고 월 이용료를 받는다. 현재는 한 달 1000바트(약 3만3300원)다. 고객 소통 채널로 효과를 입증하면 이 부분 역시 훌륭한 수익원이 될 수 있다.
-정진욱=고객과 점주 모두에게 주는 혜택이 분명한데 성장이 빠르지 않은 이유는.
▲이은우=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이 하기 쉽지 않은 모델이다. 기존 앱 비즈니스라면 사용자만 확보하면 되고 B2B 솔루션이라면 기업만 상대하면 되지만 스탬프는 고객과 점주 모두를 서비스 안으로 끌어들여야한다. 매장은 고객과 소통하면 좋은데 먼저 앱 사용자가 많아야 한다. 고객은 가맹매장이 많지 않으면 별도 앱을 설치하는 게 귀찮다. 쿠폰을 챙겨 다니기 귀찮은 사람은 적립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영업력과 마케팅력 모두가 필요한데 어느 쪽도 스타트업이 쉽게 갖기 힘든 역량이다.
-정진욱=분명한 강점만큼 약점도 있다. 스탬프를 통해 말하고자 싶은 것은.
▲이은우=사용자 행동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다는 강점은 물론 아쉬움도 포함된다. 스타트업이라면 어차피 모든 역량을 가질 수 없다. 스탬프 강점은 스마트폰에 전자도장을 찍는 인터페이스다. 좋은 아이디어를 기술로 실현했다. 이 강점만 취하고 나머지 영업과 마케팅 문제는 다른 곳과 제휴로 푸는 게 옳다. 방법은 라이선싱이다. 스탬프는 전자도장으로 쿠폰을 찍는 기술의 지적재산권(IP)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IP를 영업과 마케팅 강점을 가진 기업에 제공하고 수수료를 받는 모델을 설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오케이캐시백을 운영하는 SK와 손을 잡는다면 영업으로 인한 애로사항을 풀 수 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대기업이 영업과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면 서비스 확대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
이미 많은 사람이 쓰고 있는 앱과 손을 잡는 그림도 그릴 수 있다. 맛집 앱을 예로 들어보자. 많은 사람이 쓰지만 수익모델은 광고 정도다. 광고를 내는 상점은 광고를 보고 오는 손님이 누구인지, 광고 효과를 전혀 측정할 수 없다. 맛집 앱에 스탬프를 붙이면 재밌어진다. 맛집 앱 광고를 보고 온 사람에게 스탬프 도장을 찍어준다. 고객은 적립을 받기 위해 앱을 제시하고 매장은 광고효과를 측정하고 고객정보와 앱 푸시 등 소통 채널을 얻는다.
힘든 영업과 마케팅을 혼자서 할 필요는 없다. 스타트업이라면 자신의 강점과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고 그에 맞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스탬프도 최근 라이선싱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바꾼 걸로 보인다. 태국에서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기업이 라이선싱 말고는 홍콩에 진출할 방법이 없다.
-정진욱=라이선싱을 하면 기업 입장에선 혼자 모든 걸 할 때보다 수익이 줄어든다. 스스로 모든 걸 하기는 힘들까.
▲이은우=영업·마케팅이 안 돼서 성장 한계 있다. 내가 가진 칼의 한계를 알고 전투 영역을 재정립하는 게 맞다. 직접 모든 걸 하는 것 대비 라이선싱 수익이 10%밖에 안 된다고 하자. 그러면 10개 나라에 진출하면 된다. 한곳에서 크게 먹는 것과 작게 여러 곳에서 먹는 것과 수익은 후자가 더 크다. 굳이 혼자 모든 걸 하고 싶다면 특정 브랜드와 제휴를 이끌어 내는 게 중요하다. 업종이라면 커피숍이다. ‘앱 깔면 커피 한잔 무료 정도’의 강력한 이벤트가 필요하다. 커피는 원가가 낮아 할 만 하다. 빠른 시간 내 앱 사용자를 늘리며 커피숍에 고객 분석과 푸시를 통한 소통이 의미 있다는 걸 보여준다. 한 곳에서 이룬 성과를 가지고 다른 브랜드를 설득한다. 제휴 브랜드에 지분을 주고서라도 일단 앱 사용자를 늘려야 한다.
-정진욱=국내는 라이선싱 모델로 성공할 수 있는 시장인가.
▲이은우=서비스 효과를 입증할 사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증거가 있다면 어렵지 않다. 맛집 앱 등과 제휴로 좋은 성과 얻는다면 대기업과 함께 글로벌로 나갈 수 있다.
-정진욱=국내 쿠폰적립 시장 규모는. 국내에서 스탬프 모델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은.
▲이은우=별다른 고객 관리 시스템을 갖지 않은 국내 중소 자영업자가 많다. 이들에게 유의미한 채널이 될 수 있어 시장은 충분하다. 라이선싱 확대를 위해선 제휴 및 사업역량이 필요하다. 라이선싱 사업을 설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건 IP가 얼마나 잘 보호되느냐다. IP 청구항이 얼마나 범용적이냐가 중요하다. 스탬프라면 ‘스마트폰에 특정 기기를 대면 기기 안에 유효한 코드를 인식할 수 있음’이란 청구항이면 가장 좋다. 모든 경우에 적용될 수 있는 IP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다.
-정진욱=스탬프는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까.
▲이은우=아직 전망하기는 이르지만 라이선싱 사업으로 방향을 틀었으면 한다. 특허가 우수하고 라이선싱을 잘하면 수천억짜리 회사가 될 수 있다.
-정진욱=스탬프 사례에서 배울 점은.
▲이은우=두 가지다. 고객에게 행동 변화를 요구하지 않는 착한 접근의 중요성과 자신의 강점과 한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의 필요성이다.
이은우 상무가 평가한 스탬프.
스탬프 현황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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