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핵심 서비스 전담 조직 '셀' 신설

네이버가 5대 핵심 서비스를 ‘셀(Cell)’이라는 신규 조직으로 묶는다. 팀을 없애고 실 중심으로 움직인다. 핵심 서비스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의사결정을 빠르게 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조직개편을 단행한 네이버는 셀을 신설했다.

셀은 ‘글로벌’을 키워드로 제2의 라인 신화를 쓸 핵심 서비스를 모았다. 웹툰과 동영상, 사전, 네이버 메인 페이지 등 다섯 가지다. 각 본부장이 직접 업무를 챙기며 서비스를 이끈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검증되면 ‘라인’처럼 이해진 의장이 직접 진두지휘할 가능성이 높다. 셀은 인력 구성 면에서 다른 네이버 조직과 다르다. 기능별로 흩어져 있던 인력을 모두 모았다. 개발자와 기획자, 디자이너가 각자 다른 조직에 속해 있었다면 셀 조직에는 하나의 서비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구성원이 포함된다.

팀도 폐지했다. 기존 실 산하에 팀을 두던 기존 방식을 깼다. 업무는 팀이 아닌 실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고 이슈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결정이다. 팀장을 거치지 않고 실장에게 전권을 위임한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기존 팀-실, 랩-센터-본부와 같은 관리 중심 조직 구조에서는 일의 속도가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직원도 작게 나뉜 조직 안에서 기계적 업무만 하게 된다”며 “직원이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일할 기회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셀 신설과 팀 폐지는 네이버의 글로벌 영향력 확대와 모바일 강화 의지를 담는다. 라인으로 쌓은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서비스에 이식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든다는 전략이다. 국내 인기에 바탕을 두고 세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웹툰이 대표적이다. 수많은 히트 작품과 작가를 탄생시킨 네이버 웹툰은 올해를 글로벌 진출 원년으로 삼아 세계로 뻗어나갈 예정이다.

동영상은 네이버가 절대강자는 아니지만 모바일 시대 핵심 콘텐츠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절대 놓칠 수 없는 분야다. 구글 유튜브는 월간 순방문자 10억명에 지난해 광고 매출 6조원을 올렸다. 야후와 바이두 등 글로벌 인터넷 기업이 동영상 서비스 키우기에 올인하고 있다. 네이버도 마찬가지 맥락에서 동영상 서비스 육성에 나선다. 사전과 메인 페이지 등도 글로벌을 목표로 품질을 끌어올린다.

업계 관계자는 “라인 성공으로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국경을 초월하는 모바일 시대 특성상 해외로 나가지 않으면 영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위기의식을 느낀 네이버가 적극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모바일 시대에도 포털의 힘을 갖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PC 시대에는 포털 안에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며 절대강자로 군림했지만 모바일에서는 힘이 떨어진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모바일에서 포털은 여러 서비스를 담은 하나의 앱이 아니라 각자가 영향력을 가진 별도 앱 서비스 여럿을 느슨하게 묶는 것”이라며 “조직 간소화는 새로운 트렌드에 맞는 서비스를 빠르게 선보이고 포털 네이버에서 이뤄지던 많은 서비스를 독자 앱으로 출시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정진욱기자 jjwinw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