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금융보안 전담기구 고집 세울 일인가

정부가 실효성 논란을 빚는 금융전산보안 전담기구 설립을 밀어붙인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진 보안기능을 통합한 전담기구를 내년 초에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사는 물론이고 보안전문가들도 우려를 표명한 전담기구 설립을 지속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개인정보유출 대책 일환으로 전담기구 설립 방안을 내놓았다. 관련 위원회를 구성해 운영 중이며, 구체적인 설립 방안을 위한 컨설팅도 받고 있다. 정작 이를 보는 산업계 시각이 매우 부정적이다.

금융계는 저마다 보유한 정보가 통합 관리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하지만 보안 사고를 일으킨 장본인들이니 대놓고 뭐라 하지 못한다. 이러한 이해관계가 문제라면 전담기구 설립에 반대할 명분은 적다. 진짜 문제는 전담기구 자체가 효과가 있느냐는 의문이 지속된다는 점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금융노조, 금융소비자연맹 등이 지난 1일 국회에서 가진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전담기구가 그 설립 취지와 달리 컨트롤타워 기능, 자율 규제, 전문성 모두 역주행 한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전담기구가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금융사 스스로 해야 할 보안에 일일이 간섭하고 규제해 오히려 면피 기회만 줄 뿐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통합 대상 기관의 성격이 다른데 화학적 결합이 가능한지 의문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이 정책 실패에 대한 철저한 반성 없이 기구부터 만든다는 지적이다. 금융보안연구원만 해도 컨트롤타워 차원에서 만든 기구였지만 최근 잇따른 개인정보 유출사고 발생에 무력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컨트롤타워가 아니라 금융사 스스로 보안 위협을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민관 공조 시스템화다. 이러한 고민 없이 금융당국은 전담기구만 만들면 금융보안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하니 비판을 산다. 심지어 또 다른 ‘관피아’ 예고라는 비아냥거림도 나올 정도다. 전담기구 설립을 못 박지 말고 정말 필요한지 근본적인 논의부터 다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