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나프타 공급망 다변화로 위기 대비해야

[ET톡]나프타 공급망 다변화로 위기 대비해야

“엎친 데 덮친 격입니다. 정말 어렵습니다.”

최근 통화한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의 얘기다. 사업재편만 마무리되면 버틸 수 있을 것이라던 석유화학 업계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은 말 그대로 위기다. 가뜩이나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화됐는데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이 직격탄을 날렸다. 전쟁의 영향으로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나프타 수급에 차질이 빚어졌고 국내 석유화학 업체들은 셧다운 직전까지 내몰렸다.

LG화학은 여수2공장 가동을 중단했고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등 주요 석유화학사도 고객사에 불가항력 가능성을 고지했다.

나프타는 에틸렌의 핵심 원료다. 에틸렌으로 만든 플라스틱은 전자, 자동차, 플라스틱 등 산업 전반에서 사용된다. 이 때문에 국내 산업 전반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주요 석유화학사들은 자동차 부품사에 폴리프로필렌(PP), 내외장재용 플라스틱(ABS) 등 가격을 20~25% 인상한다고 공지했다. 나프타 가격이 평시의 두 배 이상 급등했기 때문에 제품가도 올라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전방 산업 위축을 우려해 급등한 원료 가격을 온전히 반영하지도 못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사용되는 나프타 약 5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이 중 절반가량이 중동산이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복될 경우 혼란은 언제든 재현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대응 방향은 분명하다. 중동 중심의 조달에서 벗어나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한다. 원유, 액화천연가스(LNG)처럼 나프타를 전략 비축하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나프타 수급 차질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무서운지 우리는 지금 확인했다. 준비하지 않으면 위기는 반복된다. 이제는 대응을 준비해야 할 때다.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