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뿌리부터 강한 콘텐츠산업을 만들자

[콘텐츠칼럼]뿌리부터 강한 콘텐츠산업을 만들자

막내 손흥민이 울었다. 브라질 월드컵 조별예선 벨기에전이 끝나고 우리 대표팀의 예선 탈락이 확정된 순간, 손흥민 선수는 끝내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이를 지켜봤던 국민 모두가 그와 함께 가슴 속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손흥민은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뛰며 갈고닦은 기량을 월드컵 기간 내내 마음껏 펼치며 한국 축구의 ‘미래와 희망’으로 성장했지만 그를 뒷받침할 팀과 조력자는 없었다.

우리 대표팀 선수들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지만 생각보다 높은 세계 축구의 벽을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축구전문가가 아닌 나는 한국 축구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짚을 수는 없다. 오히려 위로와 격려를 보태고 싶을 뿐이다. 다만 한국축구의 근본적인 문제점으로 오랫동안 지적돼왔던 유소년 축구에 대한 지원 부족에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이런 점에서 한 이동통신사의 월드컵 기업캠페인 광고는 다른 기업과는 차별화된 감동을 전해줬다. ‘뿌리부터 강한 대한민국 축구’를 메시지로 내건 이 광고는 “꿈을 향해 뛰고 있는 내일의 태극전사들을 먼저 응원합니다”는 문구로 유소년 축구에 대한 지원과 응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월드컵 정상에 오른 독일 대표팀의 요아힘 뢰프 감독은 “우리는 10년 전부터 오늘을 준비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때 ‘녹슨 전차’라는 오명을 듣기도 했던 독일은 뿌리로 돌아가는 길을 택했다. 전국 각지에 축구센터를 지어 어린 선수들을 양성하는 등 지난 10년 동안 유소년 축구 지원에 1조원을 투자했다.

뿌리부터 강한 든든한 기반을 세워야 한다는 면에서 우리 콘텐츠산업의 현실과 비슷하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콘텐츠 산업분야에서 매출 약 91조원, 수출 51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7위의 콘텐츠 생산·소비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정작 콘텐츠산업의 근간인 중소 콘텐츠기업들의 사정은 여의치 않다. 우리콘텐츠기업 10곳 중 6곳은 연 매출 1억원 이하의 영세 업체다. 종사자 규모 10명 미만이 콘텐츠 업계의 93% 이상을 차지한다.

영세 콘텐츠기업의 가장 큰 어려움은 제작 자금 마련이다. 2012년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콘텐츠 중소기업 대상 실태조사에 따르면 콘텐츠기업들은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자금 및 제작비 조달(40.8%)을 꼽았다. 기획서를 들고 금융권을 찾아도 대출·보증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눈에 보이는 제품이 아니라서, 콘텐츠 기획을 심사할 기준이 없어서, 회사 규모가 작아서 등 다양한 이유가 뒤따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콘텐츠에 대한 재산권을 배급사에 미리 넘기는 일 또한 적지 않다. 결국 수익은 적어지고 재투자를 위한 성장과 자본 축적은 불가능한 악순환이 되풀이되는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 한국콘텐츠진흥원, 한국콘텐츠공제조합 등 민관이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 강소 기업의 육성과 지원에 힘쓰고 있지만 이들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근고지영(根固枝榮). 뿌리가 튼튼해야 가지가 무성하다는 말이다. 모든 나무는 새싹부터 자라난다. 작은 새싹을 아름드리나무로 키워낼 수 있을지는 우리 손에 달렸다. 콘텐츠 ‘새싹’ 기업, 콘텐츠산업의 ‘풀뿌리’를 튼튼하게 키우고 저변을 확대해야 장기적인 성장과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콘텐츠 강소기업에 대한 지원과 응원이 ‘뿌리부터 강한 대한민국 콘텐츠산업’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염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전무 yuml5218@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