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우리는 중국 정부를 이길 수 없다

[콘텐츠칼럼]우리는 중국 정부를 이길 수 없다

중국 정부의 카카오톡·라인 차단 논란이 뜨겁다. 간만에 한국 토종 플랫폼들이 해외시장에서 제대로 서비스 확장을 노리던 참에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화들짝 놀랄 만하다. 중국이 인터넷 시장에서도 ‘대륙적 기질’을 보이니 덤벼볼 수도 없고, 마냥 참을 수도 없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처음 관련기사를 접하고 나는 중국 정부의 계산된 정책이라 직감했다. ‘중국이 또 시작했군’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1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중국은 자국 내 검색, 동영상 미디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지키기 위해서 ‘자국 플랫폼 보호’라는 대명제 아래 정교하게 움직였다. 첫 번째 사건은 구글과 바이두 전쟁에서 터졌다. 구글이 대륙에 들어서자 검열을 내세워 압박했고, 결국 구글은 고객 정보는 절대로 손대지 않는다는 대의명분으로 맞서면서 ‘중국 철수’를 감행했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와 구글 둘 다 이긴 싸움이 됐다. 중국은 바이두를 대항마로 키웠고, 바이두는 나스닥에 상장돼 최근 주가는 200달러를 웃돌고 있다. 구글은 고객 정보를 함부로 열지 않는다 원칙을 보여줌으로써 전 세계 네티즌의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됐다. 나아가 중국은 이후 수많은 인터넷 혁신기업을 배출하고, 그들 대부분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보란 듯이 전 세계 IT산업을 휩쓸고 있다.

이어 동영상시대가 오자, 중국 정부는 외국 동영상 서비스를 가로막고 나섰다. 중국 체제 전복을 꾀하는 불손한 세력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후 전 세계 주요 동영상 서비스가 아예 접근 차단됐다. 그 사이 ‘유쿠’나 ‘투도우’ 같은 중국 토종 동영상 회사가 무럭무럭 성장했고 바이두 같은 검색 회사처럼 나스닥에 상장했다. 최근 중국 토종 동영상 1위 업체인 유쿠가 2위 업체를 1조원 규모로 인수했으니 자금력마저 대단한 회사가 됐다.

일방적인 중국 정부의 승리였으며, 한국을 포함한 외국 동영상 회사는 거대 시장 기회를 뺏기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중국 정부가 한국 동영상 서비스를 차단하기 전에는 중국 한류 팬들이 한국 동영상서비스에 들어와 하루에 댓글 100만개를 단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트래픽은 이제 모두 사라졌다.

세 번째 사건은 모바일 시대에 터졌다. 모바일 메신저가 얼마나 중요한지 중국 정부는 잘 알고 있다. 과거 두 번의 사건에서 보듯 이번에도 중국 정부의 조치는 간단했고, 단호하며 명확한 자국의 이익에 초점이 맞춰졌다. 사회 법규와 질서 통제라는 명분을 들고 나섰다. 이번에도 역시 자국 토종 브랜드인 위챗을 키우기 위한 조치인 게 뻔하다.

누가 뭐라 하든 일련의 과정과 결과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정부는 이전과 다름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역시 중국 정부의 승리로 결론 날 것이다. 자국 서비스 위챗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할 것이고 수조원의 자금을 모아 결국 중국 인터넷 산업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자국 플랫폼을 이용해 언제든 원하는 걸 통제할 수 있다.

적어도 지금의 인터넷 정책은 자국 내에 국한된 시각으로 보면 백전백패다. 글로벌 거인과의 경쟁에서 우리 플랫폼을 어떻게 지킬지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정책이라면 반쪽짜리 정책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팎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정책이 나와야만 한다. 만일 그럴 수 없는 사안이라면 자국 플랫폼을 수성하는 쪽으로 판단을 내려야만 한다.

토종 플랫폼이 사라진다면 결국 우리는 엄청난 시련을 겪게 될 게 뻔하다. 최근 뉴스에 보면 구글이 한국 웹툰서비스를 갑자기 중지시키거나 심지어 광고 공급을 중단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우리에겐 대항마가 언제나 필요하다. 우리 정부가 해외 사업자들을 더 이상 우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이미 인터넷은 전 세계가 하나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고, 각 나라에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토종 플랫폼에 대한 절실한 생각이 필요한 때다.

김경익 판도라TV 대표 sijaq@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