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좌담회]3국 대사들이 말하는 창조와 혁신이란?

◇이스라엘

우리 구트만 주한 이스라엘 대사는 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이스라엘은 대한민국과 매우 흡사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남자들이 서로 처음 만나면 ‘군대 어디 갔다 왔냐’고 확인하듯, 이스라엘도 똑같은 인사법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여자도 물어보는 게 일상화돼 있다.

그런데 이 ‘군대’라는 게 창조경제의 보고라는 게 구트만 대사의 설명이다. 히브리어로 ‘최고 중의 최고’를 뜻하는 ‘탈피오트(Talpiot)’는 이스라엘의 과학기술 엘리트 장교 양성 프로그램이다. 세계 최초로 방화벽을 개발한 체크포인트를 비롯, 이베이가 인수한 결제보안 업체인 ‘프로드 사이언시스’, UCC 제작 사이트인 ‘메타카페’ 등은 모두 탈피오트 출신의 이스라엘 예비역 장교들이 창업한 스타트업 벤처다.

구트만 대사는 “이스라엘과 같이 군 복무가 의무인 한국 역시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판단, 부임 후 줄곧 한국 정부를 상대로 이를 설명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중후장대형 대기업부터 말단의 스타트업까지 산업구조가 탄탄한 한국과의 협력은 양국이 세계 무대로 동반 성장해나갈 수 있는 자양이 된다는 게 구트만 대사의 설명이다.

◇영국

스콧 와이트먼 주한 영국대사가 강조하는 창조와 혁신의 자양은 ‘생태계’다. 그 예로 와이트먼 대사는 게임을 들었다.

유럽 게임산업의 모든 규제는 비즈니스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지며 자발적 규제 기관인 ‘판 유러피언 게임 인포메이션(PEGI)’이 과제를 만들거나 제한도 정한다.

PEGI는 유럽의 민간 게임 등급 분류 기관으로 세계 30여개 국가가 PEGI의 기준을 따른다. 자생력에 방점을 둔 민간기관이 범유럽을 통틀어 보이지 않는 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소비자와 사회 보호를 우선하며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게 하는 데 집중한다.

굳이 게임산업이 아니라도 창의력이라면 세계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 영국의 콘텐츠 경쟁력은 하루이틀에 이뤄지지 않았다. 원천은 ‘생태계의 힘’ 이다.

와이트먼 대사는 “어떤 비즈니스도 지원하는 생태계가 잘 갖춰졌다는 것은 우리의 디딤돌”이라며 “ARM, 그래픽스,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 같은 작지만 강한 IT기업이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 영국의 혁신 정신을 잘 보여준다”고 자부했다.

◇스웨덴

라르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는 교육과 의식개혁을 창조와 혁신의 전제 조건으로 봤다.

한 사람의 지시와 명령으로 나머지 모든 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는 생산 효율성 면에서는 더 없이 좋다.

하지만 이는 과거 경제 개발기 또는 산업 중흥기에서나 필요했던 시스템이다. 한국만 해도 이제 지식정보화 시대에 돌입한 국가다. 현 정부가 주창하는 창조경제에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한국인 개개인의 의식전환(mind set)이 필요한 때라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원포인트 레슨이다.

하지만 다니엘손 대사의 눈에도 한국의 신세대 젊은이들은 ‘희망’이다. 각종 스마트기기에 매우 친화적이며 새로운 조류와 사상을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이들의 모습에서 대한민국의 내일을 본다.

스웨덴에서 몬테소리 전문 강사로 유명한 우트펄 여사를 부인으로 둔 남편답게, 다니엘손 대사는 창조경제와 혁신을 위해서는 ‘교육 시스템’ 개혁이 창조와 혁신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육에서는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게 좋다. 영어·수학은 중·고등학교 가서 해도 늦지 않다. 아이 때 독서를 통해 익힌 상상력은 한 인간의 평생 영양 공급원이 된다는 게 다니엘손 대사의 지론이다.

스웨덴의 모든 대학에는 ‘이노베이션 오피스’라는 기관이 부설돼 있다. 여기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아이디어 발굴과 창업 촉진이 이뤄진다. 스타트업 지원이 대학 때부터 체계적으로 관리되는 셈이다. 물론 학생들의 창업인 만큼 실패율도 높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 게 국민 정서다. ‘실패인정’을 통해 더 단단해졌을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기업가정신을 오히려 더 높이 사는 게 스웨덴의 창업 문화다.

특히 스웨덴 대학들은 의대와 법대생은 물론이고 미대·음대생들까지 ‘부기’ 과목을 의무 이수하게 한다. 어떤 학문을 전공하건 사회에 나와 창업 등 비즈니스 활동을 하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