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초 '2025년이 AI 에이전트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기업들의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여전히 '데모는 가능하지만 서비스로는 확장 안 된다'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과연 무엇이 문제일까,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전자신문인터넷은 12월 12일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에이전트 디자인 인사이트 2026' 세미나를 개최한다. 올해 다양한 기업과 인공지능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태재대학교 인간중심 AI센터장 박성준 교수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에이전트의 현황과 설계 원칙에 대한 인사이트를 공유할 예정이다. 세미나에 앞서 진행한 박성준 교수와의 인터뷰를 2차례에 걸쳐 게재한다. (편집자주)
박성준 태재대 교수, 투자가 기대 대비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핵심원인 진단
“AI 에이전트는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실제 서비스 현장에서는 여전히 '데모는 그럴듯한데 실제로는 쓸 수 없다'는 벽에 부딪히고 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진짜 문제는 무엇보다 에이전트를 어떻게 설계하느냐이다.”
박성준 태재대학교 교수는 12월 12일 '에이전트 디자인 인사이트 2026' 세미나에 앞서 가진 인터뷰에서 기업이 에이전트에 많은 투자를 하는데 기대 대비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핵심원인으로 '현장의 문제를 충분히 진단하지 않은 채 기술 중심으로만 접근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교수는 태재대 인간중심 AI센터장으로 올해 여러 기업과 다양한 에이전트 프로젝트를 구축해왔다. 그는 삼성전자 UX디자이너, SK텔레콤 수석 UX디자이너, 미국 SCAD 교수, 상명대 교수 등을 역임해 산업계와 학계에서 AI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는 AI 에이전트에 대해 먼저 정의를 명확히 했다. 그는 “AI 에이전트는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사용자의 목표와 맥락을 이해해 다음 행동을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할 수 있는 자율성을 갖춘다”고 설명했다. 기존 챗봇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챗봇이 반응형 도구였다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업무 흐름을 파악하고 필요한 작업을 제안하거나 대신 실행해주는 협업 파트너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기업이 에이전트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박 교수의 답은 직설적이다. “앞으로 서비스 경쟁력은 모델의 능력 자체가 아니라 사용자의 시간을 얼마나 절약시키고 실제 행동과 주요 결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I 에이전트는 사용자 경험을 단순 자동화를 넘어 목표와 행동 중심으로 재구성하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왜 실패하는가. 박 교수가 꼽는 첫 번째 이슈는 서비스 레이어 품질 부족이다. 그는 “모델 성능과는 별개로 에이전트의 진행 상황을 보여주고, 오류를 복구하며, 필요할 때 인간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는 '데모는 가능하지만 서비스로는 확장되지 않는' 이유의 핵심이다. 인간공학/HCI 관점에서 보면 사용자의 통제감(Control) 상실, 예측 가능성(Predictability) 저하, 유연한 오류 복구 능력(Recoverability)이 확보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두 번째 이슈는 에이전트에 특화된 UI/UX 패턴 부재다. 박 교수는 “에이전트는 상황과 맥락에 따라 선제적(proactive), 반응적(reactive), 부드러운 개입(nudging) 등 다양한 행동 전략을 유연하게 수행해야 하는데, 이를 설계하기 위한 기본 프레임워크와 가이드라인이 정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음성, 시각, 텍스트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멀티모달 환경에서 사용자 주도권과 개입 가능성을 보장하는 새로운 UI/UX 패턴이 시급한 상황이다.
세 번째는 사용자 경험의 지속성 부족이다. 박 교수는 “많은 에이전트가 단기 세션 중심으로 동작해 사용자 맥락, 감정, 이전 상호작용을 장기적으로 기억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간공학적 관점에서 사용자와 에이전트 간의 협업 관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기 어렵게 하고 협업적 사용 경험을 구축하는 데 큰 제약이 된다.
박성준 교수는 이어 현재 상용화된 에이전트들의 UX/UI 한계를 3가지로 설명했다. 첫째, 에이전트와 사용자가 서로의 맥락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다. 사용자는 에이전트의 의도와 상태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이는 표현(Visibility)과 투명성(Transparency) 부족의 문제다. 반면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질문 의도를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추가 질문을 하지 못하는 등 사용자 맥락 이해(Intent Recognition) 능력이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둘째, 사용자 개입과 오류 복구 메커니즘이 자연스럽게 설계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에이전트가 잘못된 방향으로 작업을 진행해도 사용자가 즉시 개입하거나 자연스럽게 되돌릴 수 있는 UX 구조가 부족해 실제 서비스 환경에서는 불안정성과 불편함이 크게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셋째, 멀티모달 기반 에이전트를 위한 UI 패턴이 정립되지 않았다. 음성, 시각, 텍스트가 복합적으로 사용되는 상황에서 어떤 정보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이 부족하다.
박 교수는 “에이전트 투자의 성패는 기술이 아니라 현장의 이 3가지 이슈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교수가 센터장으로 있는 태재 인간중심 AI센터는 인간 중심 에이전트 설계(Human-Centered Agentic UX)를 기치로 여러 정부 및 민간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교육, 시니어, 금융, 심리상담 등 다양한 도메인에서 에이전트 UX 설계, 인간-AI 협업, 감정/맥락 기반 인터랙션 연구를 수행했으며 실제 서비스에 활용 가능한 프로토타입과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박 교수는 “기존에 '데모는 가능하지만 실제 서비스화는 어렵다'는 간극을 줄이기 위해, 서비스 단계에서의 세밀한 UX와 인터랙션 설계 및 검증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성준 교수는 12월 12일 잠실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에이전트 디자인 인사이트 2026'에서 기획자, UX UI 디자이너, 개발자를 위한 실무 방법론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간-AI 신뢰와 협업을 설계 하는 에이전트 UX 프레임워크라는 부제로 열리는 이번 행사에서는 에이전트 기획부터 UX UI 설계까지 직접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이 행사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와 참가신청은 행사 홈페이지(https://conference.etnews.com/conf_info.html?uid=458)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민지 기자 minzi5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