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테슬라는 구세주가 아니다

[기자수첩]테슬라는 구세주가 아니다

테슬라에 대한 과도한 기대감이 우리나라는 거의 병적인 수준이다. 정작 테슬라가 한국 진출을 위한 그간 행보를 들여다보면 한국 시장이나 정부 정책을 알아보기는 한 걸까 싶을 정도로 일천하기 짝이 없다. 그런데도 우리 소비자와 산업계는 구세주 재림처럼 기다린다.

테슬라는 지난 8월 수천명에게 사전예약금을 받아 이자만 매달 챙길 뿐 시장 준비는 거의 하지 않고 있다. 화려한 명성만 있을 뿐 실정법에 따른 조치나 대응기법은 구멍가게 상인보다도 못하다.

공언한 전기차 모델 출시일은 필시 해를 넘기게 됐다. 테슬라코리아 조직은 아직까지도 완비되지 않았다. 차량 출시를 위한 국토부 등록 절차는 벌써 수개월째 지연 중이고, 우리나라 표준규격과 다른 전용 완·급속충전기에 대한 해결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차량 AS망도 갖추지 못했으며 독자형 충전인프라 `수퍼차저` 구축은 구상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지 조사나 준비 하나 없이 수천명의 사전계약자만 덜렁 받은 셈이다. 테슬라를 기다려온 고객이나 업계엔 `거짓말`을 한 셈이다.

더욱 심각한건 이런 테슬라를 대하는 우리 정부와 산업계의 `근거 없는 기대`다. 최근에 만난 미국 테슬라 직원 말이 뇌리에 남는다. 그는 “텔레메틱스 관련 한국 A사와 협의 중에 B사가 공짜 수준 거래를 제안해와 B사를 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즐기고 있는 듯했다. 이뿐만 아니다. 테슬라는 올해 초 여러 한국 업체와 비밀유지계약(NDA)를 맺고 일을 하나둘씩 벌였다. 하지만 한국시장 정보나 업계 전략·노하우만 챙겼을 뿐 본 계약 소식은 없다. 정식 계약도 맺지 않은 채 마치 직원처럼 기업을 부린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테슬라는 한국 진출을 공식화했고 예약자까지 받은 만큼 이제는 한국 소비자와 법·제도를 반드시 존중해야 한다. 정부도 한미 FTA와 테슬라 이름에만 매달리지 말고 우리 산업과 시장, 소비자를 보호하는 철저한 잣대를 내려야 한다. 우리 산업계 역시 `편승`해 뭔가 해보려는 얄팍한 수를 버려야한다.

박태준 전기차/배터리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