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 펀치]<2>규제 철폐로 미래의 문을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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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더러워서 못해 먹겠다”라고 푸념을 하면 그 뒤에는 늘 규제라는 그림자가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규제 혁신을 공언했지만,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혁신은 아직도 요원하다. 법조항에 있는 규제 몇 개를 없앴다고 해서 “못 해 먹겠다”는 푸념을 사라지게 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규제는 단순히 법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정책과 규정에도 있고 심지어는 갑의 말 한미디에도 규제는 숨어 있다. 여름철 어느 행사의 안내 문구 내용을 보고 실소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날씨가 더운 관계로 넥타이를 매지 않은 자유복으로 입장해 주십시오.” 그냥 자유복이라고 하면 될 것을 넥타이를 언급하면서 사람들을 규제의 틀로 묶어 버렸다. 무늬만 자유복인 셈이다. 물론 환경 보전이나 국민의 안전을 위해 꼭 필요한 규제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규제는 행정 편의 혹은 권력자 이해관계가 만들어 내서 많은 부작용을 남발하고 있다.

규제는 하나를 특정하는 행위로 다양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다양성이 상대적으로 필요치 않은 하드웨어 중심 사회에 비해 소프트웨어 중심 사회에 있어서 다양성이 성공 확률을 높인다는 사실로 미루어 보면, 다양한 융합 서비스가 주인공인 4차 산업혁명에서 규제는 독이다. 한 가지를 고집하다가 작은 실수 한방으로 시장 전체를 잃어버린 갤럭시노트7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규제는 변화하는 미래를 가로막는다. 미래산업 핵심인 4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특징 하나는 융합이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자동차, 의료 등 기술이 융합돼 지능정보사회를 만드는 과정에 기술보다도 규제가 먼저 자리를 잡으면 곤란하다. 두 산업에 적용하는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면 그 피해는 더욱 심각해진다. 예를 들면, 드론을 날리기 위해 항공운항법과 정보통신망법과 주파수관리법이 동시에 적용되면 산업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중국처럼 모든 면에서 억압한다고 알려진 나라도 산업 진흥을 위해 거의 모든 규제를 버렸다는 사실을 신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규제는 국민의 정신건강을 망가뜨린다. 지뢰가 많은 길을 가려면 신경을 곤두세우고 조심해야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규제 속에서 사업한다는 것은 늘 무언가를 등에 지고 가는 기분이다. 국민 안전과 환경을 위해 필요한 규제 이외에는 다 버려야 한다. 사소한 규정과 말 속에 담겨진 규제까지도 과감히 철폐해야 한다. 국민에게 자신이 만든 규제를 공부하고 지키도록 강요하는 정부는 옳지 않다. 국민이 동의하지 않고 불편해 한다면 이미 그 규제는 잘못 만들어진 괴물이다.

몇개 법을 정리했다는 성과주의 실적은 의미가 없다. 꼭 있어야 할 규제 외는 모두 철폐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질서라는 미명으로 만들어진 규칙과 제도까지도 사라져야 한다.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당사자(이른바 `갑`이라고 불리는 자)가 말로 만드는 규제조차도 삼가야 한다. 국민의 피부에 와닿는 규제 모습이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규제를 피할지 알 수 없으면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낫다.

정부의 한 기구인 지역발전위원회는 `규제 프리존`이라는 신선한 발상으로 규제혁파를 외치고 있다. 각 지역에 규제 없이 사업할 수 있는 지역을 지정하고 시범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취지다. 물론 우리나라 전체가 규제 프리존이 되면 더없이 좋은 일이겠으나 시작이 반인 것처럼 작게라도 시작함은 바람직한 일이다. 여러 이유로 이 정책을 미루고 있는 국회는 다급한 현실을 아는지 답답하다. 많은 나라가 일정정도의 부작용을 유보하면서까지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진력하는 실정이다. 우리도 규제 철폐를 신호탄으로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

성균관대학교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