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결국 31일 구속됐다. 헌정사상 최초로 탄핵을 당한 '불명예 대통령'에 이어 탄핵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 전직 대통령으로 처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구속 수사로까지 이어졌다.
강부영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피의자 박근혜에 대한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세 번째 구속 수사다. 서울중앙지검 10층 대기실에서 영장실질 심사 결과를 기다리던 박 전 대통령은 바로 수감됐다. 8시간 40분가량의 '역대 최장' 영장실질심사를 거쳤다.
앞서 검찰은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수 증거에도 범죄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사전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롯데나 SK 등의 재단출연금에 대해서는 적시되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774억원을 비롯해 정유라 승마 훈련비 명목 등으로 건넨 금액,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지원금 등 모두 뇌물로 적시됐다. 또 박 전 대통령이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등과 공모해 특정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는 블랙리스트 작성에 개입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아울러 이미경 CJ그룹 부회장 퇴진 압박과 최순실 측근 인사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혐의 등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들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지만 법원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구속 영장을 최종 발부했다. 장시간이 걸린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박 전 대통령은 무죄를 강력히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소 징역 10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된 혐의가 다수인 데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의 범죄 수뢰액이 수백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최소 징역 10년이라는 분석이다. 수뢰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형법상 뇌물죄가 아닌 특가법상 뇌물죄가 적용된다.
롯데와 SK그룹 등과 관련된 뇌물 의혹까지 합쳐진다면 박 전 대통령의 범죄수뢰액은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출연한 774억원이 모두 뇌물로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에게 적용되는 뇌물액이 1000억원에 육박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뇌물죄가 인정되지 않고 나머지 혐의만 인정된다면 집행유예로 끝날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삼성동 자택을 떠나기 전 친박계 의원 8명과 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 부인인 서향희 변호사도 만났다. 특히 박지만 회장 부부와는 대통령취임식 이후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