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IFRS 수익인식 기준, 일부 장비사 분기실적 확 바뀔수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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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 내년 분기별 실적 인식 기준 산정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내년부터 국제회계기준 IFRS 수익인식 기준이 장비 완성 시점으로 달라지기 때문이다. 장비 제작기간이 긴 일부 장비 기업은 '매출 절벽' 수준으로 분기 실적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내년 적용을 앞둔 새로운 IFRS 매출 인식 기준을 놓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이 고심하고 있다. 특히 장비 제작기간이 6개월 이상으로 긴 장비 기업의 고민이 깊다.

그동안 대부분 디스플레이·반도체 기업은 장비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제작 진행 상황을 기준으로 분기별 매출을 잡았다. 일부 기업은 실적 설명회에서 매출과 영업이익은 물론 수주 잔고 현황을 별도 공개해 앞으로 실적과 성장성을 가늠하도록 해왔다.

새로운 IFRS 수익인식 기준은 '장비 제작 진행'이 아닌 '장비 완성'을 기준으로 매출 반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장비 출하 시점, 장비를 고객사 생산라인에 설치하는 시점, 장비를 고객사 생산라인에 설치한 뒤 안정적으로 가동하는 시점 등 구체 시기 기준이 명확하게 결정되지 않아 기업은 혼선을 빚고 있다.

업계는 반도체 장비보다 디스플레이 장비 시장 변화폭이 더 클 것으로 내다봤다.

디스플레이 장비의 경우 세정, 식각 등 대부분 전공정과 후공정 장비는 제작기간이 1~4개월 수준으로 길지 않다. 새로운 매출 인식 기준을 적용해도 분기별 실적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반면에 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물류, 증착, 박막봉지(TFE), 레이저결정화(ELA), 레이저리프트오프(LLO) 장비 등은 제작기간이 오래 걸리는 편에 속해 변화가 불가피하다. 장비에 따라 제작기간이 10개월 이상 걸리기도 한다.

장비를 만드는 기간은 매출로 잡을 수 없게 되므로 각 고객사 발주 시기와 공급 시기에 따라 분기 실적이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수익인식 기준 때문에 분기별 실적 편차가 커지는 일부 기업은 최대한 변동폭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수출 비중이 큰 기업도 고민이다. 장비를 수출하면 전체 계약 금액 10%가 인스톨 워런티로 잡힌다. 장비를 해외 고객사 생산라인에 설치한 뒤 안정적으로 가동해야만 10%에 해당하는 비용을 모두 받을 수 있다.

문제는 인스톨 워런티가 현지 생산라인 가동을 돕기 위해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인건비 성격이라는 점이다. 인건비는 진행 기준 수익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되는 등 각 기업과 산업군별 의견이 엇갈린다. 구체적인 수익인식 기준 시점에 대한 회계법인 입장도 조금씩 달라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뀐 수익인식 기준 때문에 분기별 실적 편차가 커지면 해당 기업 사업 현황과 성장성을 제대로 판단하기 힘들어진다”며 “각 업체마다 변동폭을 최소화하기 위해 별도 회계 컨설팅을 받는 등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IFRS 해석위원회는 새로운 수익인식 기준에 대한 의견을 모아서 내년 1월경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