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휴대폰 검사는 사생활침해죄?"…판결 보니

스페인 법원이 9세 딸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를 봤다가 사생활권 침해로 고소당한 한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와 텔레그래프가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9세 어린이의 어머니는 전 남편인 아이의 아버지가 딸의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 대화 내용을 읽은 데 대해 딸의 사생활권을 침해했다며 고소했다.

이 여성은 아이 아버지가 딸의 휴대전화에 있던 메신저 대화 내용을 검사하고, 아들에게도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물었으나 아들이 알려주지 않았다고 현지 매체에 말했다.

앞서 스페인 폰테베드라의 하급 법원은 이 어머니의 손을 들어줬으나 상급 법원은 이 같은 주장이 부모의 책임과 관련한 민법 154조와 충돌한다고 판시했다.

이 조항은 부모는 자녀의 최선의 이익을 생각하고 사회에서 살아갈 적절한 방법을 제시하고 교육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자녀 휴대폰 검사는 사생활침해죄?"…판결 보니

마리아 델 로사리오 시마데빌라 세아 판사는 “왓츠앱과 같은 소셜미디어의 발달은 미성년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부모의 주의와 경계를 필요로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법원은 이 어머니에게 모든 소송 비용을 지불하라고 명령했다.

텔레그래프는 이번 판결은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감시할 부모의 법적 책임이 어떤 사생활 침해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판결한 것으로, 미성년자의 소셜미디어 사용 관련 사건에서 하나의 판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에서는 최근 왓츠앱 사용과 관련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 여성이 왓츠앱 '상태' 표시에 전 애인을 암시하는 문장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인디펜던트는 사법기관의 개인 휴대전화 접근과 관련해 국제적으로 일고 있는 논란을 소개하며 이번 판결의 의미를 주목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버나디노에서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범인의 아이폰을 열어달라고 애플에 요청했다.

사생활, 안보를 두고 열띤 논쟁이 펼쳐졌으나 애플의 완강한 거부로 FBI는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페이스북은 FBI와 애플의 갈등이 불거진 뒤 사법기관의 사생활 침해를 우려, 메시지 보안 수준을 극도로 높이는 종단간 암호화를 도입했다.

이 장치는 메시지를 받는 사람 외에는 사법기관, 해커, 권위주의 정권, 페이스북을 포함해 아무도 메시지를 읽을 수 없도록 하는 장치다.

최지호기자 jho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