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장의 꿈, 냉동인간 보관 서비스 국내 상륙

미래 의학발전을 기대하며 시신을 보관하는 냉동인간 보관 서비스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다. 적지 않은 보관비용, 해동기술 확보, 법률적 문제 등 해결과제도 있다.

휴먼하이테크(대표 한형태)는 세계 3대 냉동인간 보존 기업인 러시아 크리오러스와 계약을 체결, 국내 서비스를 공급한다고 4일 밝혔다.

크리오러스 냉동보관장치(자료: 위키피디아)
크리오러스 냉동보관장치(자료: 위키피디아)

크리오러스는 미국 앨코어, 크라이오닉스 인스티튜트 등과 함께 세계 3대 인체 냉동보존 기업이다. 2005년 설립됐드며 러시아 모스크바에 본사를 두고 있다. 질병으로 사망한 환자 시신, 장기, 반려동물 사체를 냉동 보관한다. 현재 58개 시신과 뇌를 보관 중이다.

휴먼하이테크는 작년부터 크리오러스와 한국지사 설립을 논의했다. 2016년 세계 최초 원숭이 머리 이식 연구에 참여한 김시윤 건국대 교수가 최고기술책임자(CTO)로 합류하면서 국내 서비스 출시가 가속화됐다.

일반적으로 냉동보존은 4단계를 거친다. 사망과 동시에 혈액 응고와 뇌 손상을 막아야 해동 시 생명을 되살릴 수 있다. 항응고제, 활성산소 제거제 등을 투여하고, 인공 폐호흡과 심폐체외 순환시스템을 가동한다. 의학적으로 사망했지만, 심장은 뛰게 만드는 셈이다.

안정화 후 24시간 내에 혈액을 냉동 보존액으로 바꾸는 작업을 한다. 세포 손상 원인인 결정이 생기지 않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저온에서 장기 보관이 가능하게 마이너스 190도가 넘는 온도로 얼려 보관한다.

회사는 국내에 시신을 직접 보관하는 서비스 대신 본사로 이송하는 접수대행 사업부터 진행한다. 국내에서 사망에 임박한 환자 중 인체 냉동보존 서비스를 희망하면 러시아 본사로 이송해 현지에서 사망과 동시에 보존 절차를 진행한다.

사업이 확장되면 국내에서 제휴병원을 확보해 1차 냉동보관 후 본사로 최종 전달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환자 사망과 동시에 인공 폐호흡, 심폐체외순환 시스템 가동, 냉동 보존액 투여까지 한 뒤 본사로 이송한다. 장기적으로 국내에 자체 보관센터를 설립, 크리오러스 아시아지역 사업을 담당하는 거점으로 활용한다.

한형태 휴먼하이테크 대표는 “우리나라는 ICT를 포함해 바이오 등 첨단 기술에 관심이 많고 접목 속도도 빠르다”면서 “상대적으로 젊은 암 환자를 중점으로 소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동을 위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화한다. 아직 완벽한 해동기술은 발견되지 않았다. 최근 미국 등에서 나노소재를 이용한 해동방법이 소개된다. 얼리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결정이 해동과정에서 세포 손상을 야기한다. 나노소재를 냉동 보존액에 섞어 결정을 없애 세포 손상 없는 해동을 구현한다.

크리오러스 로고
크리오러스 로고

김시윤 휴먼하이테크 CTO는 “냉동인간을 해동해 치료하는 것은 조금 먼 미래 이야기일 수 있지만, 장기 보관은 3~5년 내 실현할 수 있다”면서 “해동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버려지는 장기를 보관해 적절한 시점에 매칭시킬 경우 장기이식 과정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비용, 인식, 법률적 해석 등 과제도 많다. 크리오러스 본사에서 명시한 30년 기준 보존비용은 4000만원 정도다. 러시아 본사까지 가는 비용까지 계산하면 1억원 가량이 든다.

인체 냉동보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기술적 신뢰성 등도 부족하다. 이 서비스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만큼 법률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실제 휴먼하이테크는 복수 병원과 제휴 협약을 추진했지만, 법률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에 중단한 상황이다.

윤동욱 법률사무소 서희 대표변호사는 “사람이 사망하면 모든 권리가 소멸하면서, 장남 혹은 제사를 지내는 자녀가 사체 권리를 귀속 받는다”면서 “생전에 환자가 냉동 보존 서비스를 신청했어도 사망 후 권리는 자녀에게 있어 약정 효력이 없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