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게임업계는 다르다'는 말을 들으려면

김시소 기자
김시소 기자

대한항공 총수 일가 조현민 부사장을 인터뷰했을 때 일이다. 당시 그는 진에어 부사장이었다. 진에어 e스포츠단을 이끄는 리더였다.

기자들과 만나는 동안 조 부사장은 시종일관 진지한 모습으로 e스포츠에 애정을 보였다. 스타크래프트2 팀리그가 대회 스폰서를 구하지 못해 종료한 직후였다. 후원사들도 프로팀 지원을 끊었다. 진에어만 팀을 유지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개인 리그가 계속되는데 지원을 안 할 수 없다”며 명쾌하게 답했다. 조 부사장은 진에어 e스포츠단 선수에게 외국어 교육도 지원했다. 재정 후원뿐만 아니라 다각도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흔히 '오너'로 불리는 기업경영자에게 갑질 비판이 거세다. 오너 경영자들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에 전권을 쥐고 있다. 그것을 얼마나 행사하느냐가 다를 뿐이다.

오너가 회사에 미치는 힘은 절대다. 조 부사장이 없었다면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e스포츠 후원은 시작도 못했다. 영향력만큼 사회 책임과 관심이 크다. 조 부사장은 e스포츠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갑질'이 알려지는 순간 경찰 포토라인에 섰다. 영광을 잃은 것이다.

넥슨, 넷마블 등 창업주가 실질 지배하는 게임 기업도 앞으로 더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 작은 균열로 무너질 수 있다.

물론 게임업계 대기업은 '세습 재벌'과 체질이 다르다. 창업주도 건재하고 도전정신도 강하다. 언제 성장이 꺾일지 몰라 변신에도 주저하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재벌을 기준으로 한 각종 대기업 규제와 어울리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맞는 말이지만 사회 요구를 거부할 정도로 설득력이 크지는 않다.

게임에 대한 우리나라 사회 시선은 아직 따스함과 거리가 멀다. 산업 파급력에 비해 목소리는 약하고 확실한 우군도 별로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란 명패는 영광보다 굴레가 될 공산이 크다.

'게임업계는 다르다'는 말에 누구나 수긍하려면 평균보다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합리성을 갖춰야 한다. 남들과 비슷한 정도로는 그런 평가를 받기 어렵다. 게임업계가 기존 산업과 어떻게 다른지 총수들이 행동으로 보여 줄 좋은 기회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