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빅데이터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잡는다...거래소, 자본시장 레그테크 선도

한국거래소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대회의실에서 KRX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 가동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지석 코스콤 사장, 신재룡 코스콤 전무
한국거래소는 3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대회의실에서 KRX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 가동기념식을 개최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현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 이해선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 정지원 한국거래소 이사장, 정지석 코스콤 사장, 신재룡 코스콤 전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해 주식 시장 불공정 거래를 잡는 차세대 시장감시시스템(EXIGHT)이 가동된다. 규제와 기술이 결합한 '레그테크'의 국내 첫 적용 사례다.

약 1개월 이상 소요되던 불공정 거래 신규 적출 시간이 1주일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3일 EXIGHT 가동 기념식을 개최했다. 지난달 30일로 총 18개월에 걸친 설계, 개발, 구현 등 통합 테스트를 마치고 이날부터 기존 시장감시시스템과 병행 가동에 들어간다.

EXIGHT는 의사결정 트리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한 AI 모델 'XGboost'를 적용했다. 계좌 불공정 혐의를 판단해 그동안 적출하지 못한 신종 불공정 거래 유형을 탐색·적출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강화 학습을 통해 불공정 거래 연계 계좌 적출도 가능하다.

시스템은 현물 시장과 파생상품 시장에 모두 적용된다. 그동안 현물과 파생상품은 통합 관리가 되지 않았다. 이번 시스템 가동을 통해 현물과 파생상품 감시, 심리, 감리 기능을 모두 통합했다. 이와 함께 시각화 분석 도구인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를 적용, 데이터를 손쉽게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EXIGHT 가동으로 그동안 기존 시스템으로는 잡아낼 수 없던 불공정 거래 적출이 가능하고,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거래소는 기존 1개월 이상 소요되던 적출 시간이 약 75% 빨라진 1주일로 대폭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최소 이틀 이상이 걸리던 데이터 분석 시간도 1시간 안팎으로 대폭 단축할 수 있다.

단순히 통계 분석을 통해 불공정 행위를 적출하던 것에서 벗어나 불공정 거래 행위를 예측하는 형태로 거래소의 시장 감시 방식도 바뀐다. 이른바 작전 세력으로 의심되는 불공정 행위자의 동향을 미리 파악하는 등 사전 대비가 가능해진다.

시장 감시·심리·감리 등 자율 규제 분야에 4차 산업혁명 핵심 분야인 인공지능, 빅데이터가 적용 및 가동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금융감독원은 금융 안정과 건전성,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핵심 업무 과제로 '레그테크' 활성화를 내걸었다. 레그테크(Reg-tech)는 규제(Regulation)와 기술(Tech)을 합성한 신조어다.

이해선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EXIGHT는 세계 유수 시스템과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안정성을 무기로 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도전이 자본 시장 발전의 그루터기와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원 거래소 이사장은 “행위 예측 정보를 산출해서 불공정 거래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고, 사후 적발도 신속하고 정확하게 이뤄질 것”이라면서 “(새로운 시스템) 구축에 만족하기보다는 좋은 데이터 학습으로 예측 감지에 공을 더 들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IGHT는 이날부터 기존 시스템과 병행한 뒤 7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