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과학기술인협동조합=소득주도성장+혁신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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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살인 사건을 수사할 때 시신에서 생겨나는 검정파리는 사망 시간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국내에는 검정파리의 자세한 분류와 속성 정보가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정보는 경찰 집단에서도 암묵지(暗默知)의 영역에 있다.

이런 암묵지를 공유하고 세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전직 수사관, 법의학, 감식 전공자 등 고경력 과학기술 수사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을 설립했다. '한국법과학협동조합'은 검정파리의 형태 분류를 연구, 원활한 사건 수사를 위해 현장에서 지원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현장감식·검시 전문 연구, 감식장비 개발, 취약계층 대상 사건 자문 등 법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기여하고 있다.

'한국법과학협동조합'과 같이 과학기술인들이 모여 과학기술 분야 서비스와 제품을 생산·유통하는 협동조합을 '과학기술인협동조합'(이하 과기협동조합)이라고 한다. 과기협동조합은 2013년 협동조합기본법 제정을 계기로 설립돼 올해 5년째를 맞아 현재 280개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기술 서비스나 융합연구개발, 과학교육과 문화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아직까지 규모는 작고 매출도 적은 편이지만 과기협동조합에 잠재돼 있는 저력과 가능성은 상당하다. 전체 조합원 가운데 박사 학위 소지자가 42%에 이를 정도로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8조원 규모 주문연구산업 등 연구 산업 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등 과기협동조합은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력 단절 여성 등 과학기술 잠재 인력의 유연한 일자리 창출 효과가 커서 사회 경제 주체로서, 전문 기술 법인으로서 과기협동조합 확산 효과는 기대할 만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과기협동조합 가능성에 주목해 이번 달 '과학기술인협동조합 2단계 혁신성장전략'을 수립했다. 과기협동조합을 2022년까지 1000개 규모로 확대하고, 조합 일자리를 1만개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 기반의 사회 경제 활성화와 기술 서비스, 과학 문화 등 과학기술 서비스 산업 고도화 및 전문화가 목표다.

이 전략은 목표 실현을 위해 △대학·대기업 등을 활용한 중대형 융·복합 협동조합을 육성하는 한편 연합회를 활성화한 매머드급 과기협동조합 육성 △사회 기여나 사업 성공에 대한 우수 스토리 발굴과 표창 △과학기술서비스 시장 활성화와 판로 개척 및 수요 창출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 연구원 조합원 겸직 제한 완화와 금융 지원 관련 제도 개선 △과기협동조합 사업모델(BM) 개발·보급 및 창업·정착 연계 △대학과 출연연 전문 인력 주도의 협동조합 결성 △선배 협동조합 방문 등 현장교육(쿠프데이) 운영, 맞춤형 교육 등 교육과 홍보 강화 △기존 과기협동조합의 신규 과기협동조합 창업 지원 등 8개 추진 과제를 제시했다.

지난 7월 13일부터 사흘 동안 국민들의 사회 경제 인식 제고를 위해 범부처 '사회적경제 통합 박람회'가 대구에서 열렸다. 협동조합과 같은 사회 경제 조직은 양극화 등 현대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혁신성을 기반으로 하는 과기협동조합은 소득 주도의 성장과 혁신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대안이다. 협동의 지혜가 혁신의 디딤돌이 되도록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