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 "외산 특혜"vsKB "250억 더 들어"…KB차세대시스템 의혹 제기

티맥스소프트·티맥스데이터(이하 티맥스)가 KB국민은행 '더케이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이 불공정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티맥스는 법원에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시키는 등 문제가 해소될 때까지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KB국민은행은 개발 자금이 더 들어가는 제품을 채택하는 것이 오히려 배임 아니냐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는 등 양측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티맥스 기자간담회에서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왼쪽)와 이희상 티맥스데이터 대표가 KB국민은행 더케이프로젝트 불공정 SW 선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티맥스 기자간담회에서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왼쪽)와 이희상 티맥스데이터 대표가 KB국민은행 더케이프로젝트 불공정 SW 선정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티맥스는 18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케이프로젝트 미들웨어(MW)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 등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와 불공정성을 지적했다. 티맥스는 주사업자가 제안한 티맥스 소프트웨어(SW)가 기술 검증 기회를 박탈당했다고 주장했다. 티맥스는 국민은행이 더케이프로젝트 주사업자인 SK(주) C&C가 제안하지 않은 제3의 사업자를 선정했다고 반발했다.

SK㈜ C&C는 최초 국민은행에 1안으로 티맥스소프트 '제우스'와 티맥스데이터 '티베로'·한국IBM 'DB2' 조합을 제안했다. 2안은 오라클 SW인 웹로직과 데이터베이스(DB)를 제안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첫 제안에 없던 IBM '웹스피어'와 'IBM DB2'를 선정했다.

김동철 티맥스소프트 대표는 “더케이프로젝트에서 국산 SW에 대한 기회는 평등하지 않았고, 과정은 불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했다”면서 “주사업자가 최초 제안한 SW에 대한 기술 검증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국민은행이 제안요청서 기본 요건에 의거하지 않은 사업자를 선정했다는 게 티맥스 입장이다. 제안서에는 인프라 품목의 경우 복수 벤더 제품을 제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제안서 접수 후 해당 복수 제품에 대한 내부 검토, 가격 경쟁 등 선정 제품을 본사업에 포함해야 한다고 돼 있다.

티맥스는 국민은행이 제안 제품 모두를 기술 타당성·가격 합리성에 따라 투명하게 검토해야 했지만 특정 외산 SW 기업에 유리한 방향으로 검토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결과 발표 전인 이달 6일 국민은행 IT총괄 대표 일행과 한국IBM 담당임원의 해외 출장 의혹도 제기했다. 프로젝트 향방이 걸린 상황에서 수주·발주 사업자 간 동반 출장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이다.

티맥스는 프로젝트 사업자 선정에 공정성이 결여됐다고 판단, 지난 1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국민은행 더케이프로젝트 '우상협상대상자 지위확인 및 계약체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접수시켰다. 공정거래위원회에 공정거래 심의를 요청하는 민원도 접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감독 기구에도 이번 주 중에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김동철 대표는 “불공정한 과정과 경쟁 결과로 이뤄진 특정 제품 선정을 전면 무효화해야 한다”면서 “티맥스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법 대응, 감독기관 탄원 등 할 수 있는 일을 이어 나갈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티맥스 주장에 KB국민은행도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절차상 아무 문제가 없었고, 기술 검증이 되지 않은 고가 제품을 국산이라며 애국심에 호소해서 택하는 것이 오히려 타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국산 인프라 SW가 이유 없이 배제됐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WAS, 웹, CDC, DB어플라이언스 등 장비 제안을 했는데 SK㈜ C&C가 가져온 안은 수백억원이 초과됐다”면서 “다른 방안을 검토한 결과 개별 장비 구매 없이 무제한 사용이 가능한 통합 무제한라이선스계약(ULA) 방식이 있어 이를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티맥스 장비가 풀 라인업이 되지 않은 데다 오라클과 IBM이 ULC 방식 지원이 가능하다고 해 수백억원의 투자비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B국민은행은 “안정성이 생명인 은행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에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국산이라는 이유로 수백억원을 더 지출하며 구입하는 게 합당한 경영 판단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국산 인프라 사용 비율이 낮다는 지적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민은행 더케이프로젝트는 50여종 국내 SW를 구매, 사용한다. 도입한 SW 가운데 약 60%가 국산이라고 주장했다.

정보기술(IT) 임원 해외 출장 의혹에 대해서는 명예훼손 등 법정 대응을 검토할 방침이다. 출장 당사자인 IT 총괄 임원은 “내년 2월 인도 뉴델리에 국민은행 지점을 오픈하는데 IT 시스템을 이식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인도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 SBI그룹 최고정보책임자(CIO)와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만나 디지털 전략을 논의하기 위한 출장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임원은 “혼자 간 것도 아니고 부서원과 함께 동행한 자리였고, 마지막 날 인도 IBM혁신센터를 방문한 것이 와전됐는데 IBM의 인도 IT 시장 현황 등을 체크한 게 어떻게 의문스런 출장”이냐고 반문했다.

KB국민은행 측은 “(진위 여부를 떠나) 논란 자체만으로도 죄송하다”면서 “합당한 사유로 투명한 절차를 거친 더케이프로젝트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