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9 결산 좌담회]"4차 산업혁명시대, 오픈이노베이션으로 대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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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8일(현지시간)부터 11일까지 열렸던 'CES 2019'는 한층 발전한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스마트시티 등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첨단기술을 제시했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추상적 개념 단계에 그쳤던 기술이 실제 상용화 수준에 이르렀다. 기술 진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 삶도 한층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자신문은 CES 메인 전시장인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콘퍼런스룸에서 'CES를 통해 본 ICT 산업 대전망'을 개최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나라 산업계 대책을 논의했다.

각 분야 전문가는 공통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강조했다. 오픈이노베이션은 기업에 필요한 기술과 자원을 외부에서 조달하고, 보유 자원을 다른 기업과 공유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개념이다. 기술이 복잡화, 고도화되는 한편 기술 변화 속도는 빨라지면서 기업이 독자적으로 서비스, 제품, 기술을 개발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면서다. 전문가들은 각 분야에서 강점을 가진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협업해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분석했다.

◆참석자(가나다순)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김영삼 전자부품연구원장

△남기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민동욱 엠씨넥스 대표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

△유정열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혁신성장실장

△이정원 세미솔루션 대표

△진홍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유통부장

◇사회(김승규 전자신문 전자자동차유통부장)=올해 CES에서도 새로운 기술과 제품이 대거 등장했다. 새해 기술 트렌드를 읽을 수 있었던 자리였다. CES 2019를 둘러본 소감이 궁금하다.

◇진홍(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부회장)=이번에 CES 행사를 처음 방문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해보니 세계 기술이 한 곳에 다 모인 자리였다. 우리 산업계와 글로벌 기업 기술 수준을 가늠하고 향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하는 기회였다.

CES 2019 특징은 각 분야에서 AI를 강조했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키워드로 AI, 빅데이터 IoT를 말하곤 한다. 사실 이들은 한 개념이다. IoT를 통해 모인 데이터가 AI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이 같은 흐름은 모든 분야에서 가시화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활약도 눈에 들어왔다. 전시회를 찾은 관람객이 이들 기업에 큰 관심을 두고 있었다. 세계인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첨단 기술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에 뿌듯함을 느꼈다. 반면, 우리나라 중소기업과 대기업 격차가 크다는 아쉬움도 있었다.

◇서광현(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부회장)=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2019년이 가장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발 공급과잉 때문이다. 그러나 행사장을 둘러보면서 한편으로 상당한 희망을 느꼈다. 첫 번째 이유는 폴더블폰 출시가 임박했다는 점이다. 폴더블폰이 생각했던 것보다 상당히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우리 같은 중년보다는 게임과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한다. 수요가 정체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 촉진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TV 부문에서는 8K 해상도를 갖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QLED가 대세가 됐다. 8K TV는 올해 본격 상용화된다. 롤러블 TV는 획기적 제품이다. 시장에 당장 대량 물량이 보급되는 것보다는 시장에 새로운 자극을 주고 산업 전반에 혁신을 촉진하는 카드다.

이러한 점에서 올해 디스플레이 산업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도 촉진제로 인해 선방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지 않겠는가 희망을 걸어본다.

◇남기만(한국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AI, 5G, 디스플레이, 데이터를 반도체 중심으로 해석하고자 한다. 스마트홈과 AI, 자율주행, IoT 등 모든 것은 전부 데이터 기반으로 움직인다. 데이터를 모으고 분류한 뒤, 분류한 데이터 관리, 가공해 활성화하는 기술이 4차 산업혁명시대 관건이다. 이 때문에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라고도 한다. 전체 맥락을 하나로 보는 것이다.

데이터 테크놀로지 시대에서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메모리 최강국 위상을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데이터 모으고 분류하고 가공하고 저장하느냐 하는 부분에서 우리는 남보다 앞선 기술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도체 업계로서는 CES에서 밝은 미래 봤다.

비록 지난해 4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어려워지고 있지만 기술 발전 트렌드가 계속되는 한 데이터테크놀로지 핵심 하드웨어로서 반도체 중요성은 지속될 것이다.

◇민동욱(엠씨넥스 대표)=6년 연속 CES 행사장을 찾았다. 앞선 의견에 동의한다. 4~5년 전 자율주행, IoT, 헬스케어, 5G가 대중에 첫 선을 보였다. 올해 와서 느낀 점은 이러한 신기술이 이제는 양산 직전 심화단계에 왔다는 점을 체감할 수 있었다. 말로 무성했던 기술이 드디어 연말이나 내년부터는 상용화 단계에 당도한 셈이다. 신기술이 상용화된다는 것은 산업에 새로운 매출이 발생한다는 것을 뜻한다. 수요나 공급 측면에서도 기대되는 일이다.

지난 2~3년간 CES 행사장에 부스를 꾸린 중국업체가 많았다. 올해는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 여파인지 예년 대비 많이 안 보였다. CES 참가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다른 회사 기술을 벤치마킹한다는 의미가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영향 때문인지 예년보다는 관람객이 소폭 줄어든 것 같다. 이런 대외 변수가 우리 산업계에 어떤 여파로 다가올지 주목해야 한다.

◇이정원(세미솔루션 대표)=4~5년 전부터 꾸준히 CES 행사장을 방문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데 체감되는 부분이 아직 없다. 강력한 한 방이 없다.

CES 2019에서 강조한 게 '이머징 제품'이다. 중국업체 참가가 줄었다고 하지만 체감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중국 규모를 넘지 못한다. 중국이 진출한 제품에서는 우리 산업계가 게임이 안 된다. 우리가 이머징제품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하는가. 해답은 기술 융합이다. 이종 기술을 합쳐서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에 없는 제품이어야 시장에서 먹힌다.

우리 기업들이 기술융합 제품을 개발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판로다. 우리 기업은 개발 실력은 뛰어나다. 그런데 신 제품을 개발해도 어디에 팔 수가 없다. 제품을 확산하는 게 어렵다. 이머징 제품은 빠른 시간 내 수익을 빠르게 거두는 게 핵심이다. 시간이 지나면 카피제품이 등장한다. 이런 점을 보완한다면 우리 산업계에서도 이머징 제품이 확산될 것이다.

◇김영삼(전자부품연구원장)=CES는 가전박람회로 시작했다. 초기에는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가 이끌어가는 박람회였다. 초기엔 가전이 전시를 리딩했지만 이제는 여러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전시를 이끌어간다. 올해 행사에서는 AI가 두드러졌지만 우리가 주목할 기술은 5G다.

5G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논의가 되겠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를 견인하는 기술은 5G다. 퀄컴이 5G에서 선도 역할을 하고 있지만 퀄컴이 우리나라 중소기업 도움을 받아서 기술을 설계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김상철(한글과컴퓨터 회장)=한국에서는 50년 동안 삼성을 필두로 30여개 기업이 뒤따르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판이 바뀐다. 시대적 흐름은 이미 물 밑에서 움직이고 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예를 들어 보자. 아마존은 신기술을 독자 개발하지 않는다. 한글과컴퓨터도 아마존과 협업한다. 아마존은 다른 기업들, 스타트업과 협업한다. 중국도 무섭게 변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기업이 어떻게 살아남겠나. 우리 우려와는 관계 없이 큰 흐름은 진행된다. CES는 우리 존재를 세계에 알리고 상대방 의도를 파악하는 기회다.

◇유정열(산업부 산업혁신성장실장)=CES는 올해가 첫 방문이다. CES 방문은 자주 오는 기회가 아니다. 산업부 사무관들도 현장에서 많이 보고 배우라는 의미에서 같이 현지에 왔다. 책상에서만 산업을 이해할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겪어야 한다.

행사 전반을 살펴봤다. 이제 전자 분야는 하나의 단독 제품으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일상 품목이 단일 기능으로는 상품성과 미래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모든 제품에 부가 기능이 추가된다. 소비자 편익 증진 때문이다. 이러한 점에서 단독 제품은 성공하기 어렵다. 같은 맥락에서 한 기업에서 다양한 기능을 갖춘 제품을 소화하기 어려워졌다. 한 기업이 모든 기술을 개발할 수는 없기에 다른 기업과 연합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사회=4차 산업혁명이란 단어는 식상할 정도로 자주 언급된다. 그렇다면 우리가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은 언제 도래하는 것인가.

◇남기만=4차 산업혁명시대가 왔냐 안왔냐 논의가 여전하다. 산업마다 시기 차이는 있지만 이미 많은 분야에서 4차 산업혁명은 시작됐다고 본다. 한 예로 통신산업에서는 올해 상용화되는 5G로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

2010년대 초부터 CES 행사장을 찾고 있다. 올해가 여섯 번째다. 헬스케어, 커넥티비티, 컴퓨터화운송시스템(ITS), 자율주행, AI, 헬스케어 등 매년 기술 화두가 제시됐다. 실제로 이런 테마에 맞춰 각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여러 가지로 아이템을 개발한다. 그 가운데 헛발질하는 아이템도 많다. 대표적으로 ITS가 그렇다. 그때는 기술이 금방이라도 구현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후 5년 동안 ITS라는 용어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ITS가 구현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로 데이터 통신 여건을 꼽을 수 있다. 당시에는 방대한 정보를 주고 받을 5G가 없었다. 5G가 나오면 ITS가 되살아날 수 있다.

◇민동욱=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우리가 훗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계에서 4차 산업혁명을 본격적으로 논한 지 3~4년 정도 됐다. 주문형비디오(VOD)라는 컨셉은 20년 전에도 있었다. 지금 VOD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기업은 넷플릭스다. 이처럼 10년, 20년 지나봐야 알 수 있다. 3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도 여전히 해석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4차 산업혁명도 10~15년이 지나야 정의내릴 수 있을 것이다. 큰 흐름에서는 4차 산업혁명시대가 도래했다고 본다.

◇김상철=4차 산업혁명 평가가 다들 엇갈린다. 우선 우리는 중국을 배워야한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다.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아쉬운 점은 바로 기술과 자원에 대한 공유다. 세계적 기업도 이제는 다른 기업과 협업하며 부족한 점을 채운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과연 외부와 협력하고 공유하는 기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산업 판이 바뀌고 있다.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 지진이 나기 전에 개미 떼가 먼저 움직인다고 한다. 모르면 당한다. 역사적으로 그렇다. 이제 기업 간 핵심역량을 공유해야 한다. 서로 시너지를 내 새로운 서비스, 제품,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

판이 바뀔 때 기회가 있다. 나는 올해 67세다. CES에 나오는 이유는 보다 많은 종업원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서다. 우리는 미래를 겸손하게 준비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왔다 안 왔다 논쟁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큰 흐름을 겸손하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정원=4차 산업혁명이 체감적으로 오지 않았다고 말한 근거는 혁신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상에 소구할 수 있는 변혁적 제품 나와야 한다. 컴퓨터 운영체제가 도스에서 윈도우로 바뀌는 수준의 판 전체가 확 뒤집어지는 변화가 따라와야 한다.

개인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란 산업 전 분야에서 모든 것이 바뀐다는 개념이다. 다 뒤집어져야 산업혁명이란 말을 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판을 뒤집기 위해 가장 많은 역할을 해야할 주체가 바로 중소기업이다. 흐르는 물을 바위로만 막을 수 없다. 바위 사이 사이에 자갈과 모래를 채워야 한다.

◇사회=4차 산업혁명을 두고 산업계 기대와 우려가 섞여 있다. 우리 산업계가 당면한 과제는 '새로운 변화를 어떻게 맞이하는냐'다. 기업과 정부는 각각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유정열=산업 특성을 비유할 때 전자 산업을 '딸랑이 종'이라고 표현한다. 계속 치지 않으면 소리가 안난다. 딸랑이 종은 계속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반면 에밀레종은 한번 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한번 치면 진동 오래 간다. IT는 딸랑이 종처럼 계속 움직여야 한다. 말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필수적인 조건이다. 많은 기업이 그렇게 안하면 생존할 수 없다. 기업이 협업 없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없다는 사례는 과거에도 여럿 있었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되려면 용광로가 있어야 한다. CES를 보면서 부러웠다. 바이어든 소비자든 누구나 다 와서 용광로처럼 보고 배우고 교류하는 물리적 장소가 너무 부러웠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장소·기술의 놀이터가 활성화되길 바란다. 우리나라도 세계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겠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기회는 가질 수 있다.

◇진홍=협력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시대에서 우리 산업계가 택할 해법이다. 자율주행차를 보자. 차량 내부 공간을 엔터테인먼트, 업무 등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야 한다. 이런 일은 기존 자동차 제조사가 하던 일이 아니다. 다른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모든 분야가 그렇다. 하드웨어와 달리 소프트웨어는 우리가 약하다. 강점을 살리면서 약점에서는 다른 기업과 협력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도 서로 도와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사회적 신뢰관계가 부족하다. 이제부터라도 신뢰를 쌓아가야 한다. 이제는 전략적으로 협력해야하는 중요한 시대가 왔다. 세계적 흐름을 국내 산업계가 잘 인식해야 한다.

◇김영삼='오픈'에 감명 받았다. LG전자가 스스로 플랫폼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걸 인정하고 오픈하겠다고 기업인들에게 발표했다. 높게 평가한다. 전품연은 IoT 시대에 맞는 '모비우스'라는 플랫폼이 있다. 전품연 주도로 세계 150여개 플레이어가 참여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플랫폼에 첨가할 기술적 요소를 중소기업이 키워야 한다. 다 같이 혁신을 이뤄야 한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경쟁력이 있어야 한다. 바닥 끝까지 가보자. 혁신정신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사회=4차 산업혁명시대에 기업 간 강점을 교류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중요하다는 데 다들 공감하는 분위기다. 구체적인 협업방안을 제시한다면.

◇서광현=협력과 공유 중요성에 공감한다.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보면 삼성전자가 플랫폼을 만들고 디스플레이 기업은 자동차 내 여러 계기판용 디스플레이를 담당할 수 있다.

올해 전시에도 나왔지만 액자형 디스플레이는 중소기업도 도전할 만한 분야다. 다만, 패널은 중소기업에서 대량 생산하지 못한다. 대기업은 중소기업 주문을 모아서 위탁 생산하고, 중소기업은 다양한 제품을 개발하는 방식으로 협업한다면 우리나라 디스플레이 산업은 더 발전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협업과 공유로 다양한 시장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스마트폰과 TV만으로는 시장 성장에 한계가 있다.

◇이정원=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에 나올 때마다 우리나라 기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세계적 수준 기업이다. 이런 기업이 우리나라에 있다는 게 자랑스럽다. 전시장에서 외국 관람객을 만나보면 두 기업이 한국 기업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글로벌 수준 대기업이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과 협업할 기반을 만들어줘야 한다. 이들 기업에 너무 비판만 하고 몰아갈 게 아니다. 산업계가 서로 협력하는 기반 환경이 구성된다면 우리 산업계에 보다 밝은 희망이 있다.

◇김영삼=완성품 시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는 재편된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적 플랫폼이나 대기업에 핵심기술을 공급할 기술력을 갖추는 게 중요해졌다. 융합에서 길을 찾을 수 있다. 라온텍이란 중소기업은 반도체 기술을 융합해, 굴지 글로벌기업에 스마트안경 칩을 공급한다.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길은 핵심기술을 갖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중국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은 분야를 선점해야 한다.

◇사회=우리나라 오픈이노베이션 현황은 어떻게 보는가.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기업과 기술 협력하는 것을 꺼리는 분위기가 없지 않다.

◇이정원=우리나라 산업계 협력과 공유에 대한 인식은 열악하다. 우리나라는 오너십이 너무 강한 나라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30여년 전 반도체 회사 입사할 때부터 비메모리 반도체 산업 전망은 어두웠다. 비메모리 산업 전망은 앞으로도 안 좋을 것으로 예상한다. 시스템 반도체 사업이 제대로 안 되는 이유는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는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반면 시스템 반도체는 방대한 지식재산권(IP)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기업 하나가 이걸 혼자서 다 감당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산업이 깨졌다.

15년 전 우리 회사와 거래했던 두 개 시스템 반도체 회사가 있었다. 한 기업은 우리나라 기업, 한 기업은 외국 기업이었다. 현재 그때 그 국내 시스템반도체 회사는 이름조차 남지 않았다. 다른 한 외국 기업은 바로 미디어텍이다. 미디어텍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발전했다. 미디어텍은 협력과 공유 인식이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우리나라는 '공유'하는 데 보수적이다. 실력이 없어서 '협업'한다는 인식이 깔려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강점이 있다. 희망적인 부분을 말하자면 한 가지는 속도다. 4차 산업혁명은 핵융합식으로 신속하게 전개될 것이다. 속도로 따지면 우리가 둘째가라면 서럽다. 특유의 냄비 근성을 4차 산업혁명시대에도 활용한다면 우리의 강점이 키울 수 있다.

◇사회=오픈이노베이션에 초점을 맞춰 대화가 이뤄졌다. CES 2019가 제시한 미래 기술 가운데 스마트시티를 빼놓을 수 없다. AI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홈에서 스마트시티로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스마트시티는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총망라한 기술 총아다. CES 2019가 제시한 AI와 스마트시티 힌트가 무엇인가.

◇민동욱=사실 스마트시티라는 개념도 25년 전에도 논의가 됐다. 이제는 그 개념이 보다 구체화되는 게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수도권에만 2200만 인구가 살지만 스마트시티 테스트베드가 없다. 인구 없는 곳에서 테스트를 위한 인프라만 있을 뿐이다. 스마트시티가 활성화되기 어려운 여건이다. 오히려 신흥국은 신도시에 스마트시티를 도입하기 쉽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제약이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도래했지만 우리 특성에 맞게 준비하는지 고민하는 게 협단체와 정부 역할이다.

◇김영삼=전품연은 스마트시티 시범사업 주관기관이다. 관심을 갖고 스마트시티 부스를 돌아봤는데 말만 스마트시티일 뿐 인상적인 기술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구체적으로 스마트시티 단서로 잡히는 게 너무 적었다. 중국업체 부스도 둘러봤다. 중국업체 기술 수준은 낮지만 이들 업체가 다루는 분야가 너무 무궁무진하다. 다루지 않는 요소 산업 등의 분야를 찾아보기 힘들다. 중국을 여전히 두려워해야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김상철=AI는 미국보다 중국이 앞섰다고 평가한다. 중국은 AI 분야 이른바 '사대천왕'이 있다.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아이플라이텍이 꼽힌다. KAIST 같은 대학이 중국에 3개나 있다. 이들 AI 기업이 이들 3개 대학 졸업생 40%를 흡수해버린다. 한 예로 아이플라이텍은 최근 인력이 7000명으로 늘어났다. 연구동 규모가 끝이 없을 정도로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작년에만 세 번 다녀갈 정도로 관심을 기울인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정부가 인프라 지원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원이 사실상 없다. 기업이 개별적으로 준비한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기업 간 협업, 공유가 중요해진다.

스마트시티 분야는 우리나라가 많이 나아가고 있다. 중국을 다녀오면서 비교하기도 했다. 그래도 한국은 괜찮은 수준이다. 다만, 선택과 집중을 못하는 게 안타깝다. 스마트시티는 도시 전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다. 서울 전체 AI화를 제안한다.

◇사회=올해 CES가 우리 산업계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유정열=4차 산업혁명, AI, 로봇이 이제는 실제와 근접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기술은 우리 생활에 맞닿아있다. 이제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가까워지고 있다. 자율주행차 플랫폼 주도권을 놓치게 된다면 우리는 여러 기회를 잃게 될 것이다. 많은 기업이 차세대 기술로 모빌리티에 관심 갖는다. 우리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많은 투자가 이뤄져야겠다.

과거 일본 상무관을 지냈다. 글로벌 기업 완제품에 들어가는 소재와 부품은 대부분 일본제일 것이다. 우리나라도 소재와 부품에 강점이 있다. 소재와 부품, 더 나아가 장비에 대해서 우리 나름 전략을 갖고 접근하면 벨류체인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는 나라가 될 수 있다. 소재, 부품, 장비야말로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이 할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 기회를 더 마련하고 재원과 역량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겠다.

◇민동욱=우리가 처한 환경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은 인구 3억명에 세계 좋은 기술과 소비재가 몰린다. 중국은 인구만 14억이 넘는다. 자본이 몰린다. 신생업체 투자도 활발하다. 한국에서 같은 일을 하는 A라는 회사의 10억원을 투자 유치하면, 중국에서는 100억원이 몰린다. 3년이면 10억원이 금새 고갈된다. 태생적으로 우리나라는 미국·중국과 다른면이 있다. 고민이 필요하다. 가까운 사례를 찾는다면 일본과 독일을 꼽을 수 있다. 이들 국가도 쉽게 성장하지 못했지만 결국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런 국가를 벤치마킹하면 우리에게도 길이 있을 거라 믿는다. 기술을 마구 오픈하면 보안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태생적 한계를 이겨내면서 성장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김영삼=자동차가 기계에서 전자기기로 이동하는 변화의 시기다. 움직이는 스마트폰처럼 자동차가 변한다. 우리 산업계는 산업의 격변기를 잘 이용해야 한다.

<CES 특별취재팀>라스베이거스(미국)= 김승규 부장(팀장), 권건호·배옥진 차장, 류종은·최종희·오대석·변상근·이동근·이영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