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탈 중앙화 '댑', 스마트폰 '앱'을 넘어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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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체인 플러스(Blockchain +)'는 전자신문과 블록체인 정보 플랫폼 코인니스가 함께 꾸미는 지면이다. 블록체인 생태계를 교란하는 허위·과장 정보를 바로잡고 건전한 시장을 만들어가는데 일조하는 정보 제공이 목표다. 블록체인 관련 다양한 원천정보, 특히 관련 산업의 핵심 이슈를 진단하고 쉽게 풀어 독자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막연한 관심의 대상이 아닌 새로운 기술로서의 가능성과 시장 검증, 적용 과정 등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댑(DAPP). 탈 중앙화(decentralized)와 응용프로그램(application)의 합성어다. 즉 탈 중앙화를 콘셉트로 하는 블록체인 기반 프로그램이나 서비스를 말한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은 개발사나 서비스업체가 운영한다면, 댑은 불특정 다수의 참여와 디지털 계약을 통해 작동한다. 전문가들이 댑을 도입하면 기존 앱 시장의 중앙화로 인한 시스템 비효율, 보안 문제, 수익 분배 문제 등을 효과적으로 해결할 것으로 기대하는 이유다.

지난해 글로벌 댑 시장은 블록체인 열풍과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연초 200여개에 불과했던 댑은 연말 1500개까지 증가했다. 댑 시장에서 발생한 누적 거래액은 5조원을 넘어섰다.

양적 성장만이 아니다. 누구나 댑을 만들고 서비스할 수 있는 기본 운용체계 이오스(EOS), 트론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제작 툴도 다양해졌다. 개발자들은 이전보다 쉽게 자신의 입맛에 맞는 댑을 만들 수 있게 됐다. 2018년이 댑 산업의 '원년'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댑 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지금 당장 기존의 스마트폰 앱 산업을 대체하지는 못하겠지만 이전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기회를 창출하고 산업 전반에 혁신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고 있다.

◇고양이 한 마리, 댑의 방아쇠를 당기다

크립토키티라는 게임 하나가 댑 산업의 포문을 열었다. 크립토키티는 가상 고양이를 수집, 교배를 통해 번식시키는 간단한 게임이다. 2017년 11월 출시 이틀 만에 매출 120억원을 기록했다. 크립토키티가 주목 받은 것은 블록체인 프로젝트 이더리움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유저들이 고양이를 사고 팔 때 현금이 아닌 이더리움 토큰을 사용한다. 유저 간 계약은 스마트컨트렉트에 의해 자동으로 설정되고 블록체인에 기록된다. 특정 업체가 거래를 중개하지 않는다. 시스템만 존재할 뿐이다. 분양 받은 고양이 역시 단순한 디지털 파일 복사본이 아니다. 블록체인을 통해 고양이에게 고유 가치를 부여, 유일무이한 디지털 애완동물을 만들어 냈다. 크립토키티 개발사인 캐나다 업체 대퍼랩스는 글로벌 IT 기업 구글을 비롯해 삼성 등으로부터 170억원 상당 공동 투자를 유치했다.

2017년 크립토키티 흥행은 게임 댑 열풍의 도화선이 됐다. 2018년에는 또 다른 이더리움 기반 게임 댑 크립토셀러브리티가 등장했다. 유명 인사 카드를 수집하고 거래하는 게임이다. 인기 있는 카드를 확보하면 거래를 통해 일정 규모의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크립토셀러브리티는 출시 10일 만에 하루 매출 1만2000 이더리움을 기록했다.

크립토셀러브리티를 기점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만 게임 아이템, 미술품, 말, 슈퍼카 람보르기니 등 다양한 상품을 블록체인 기반으로 사고 팔 수 있는 게임이 잇따라 등장했다. 당시 게임 댑들은 기존 스마트폰 게임과 비교해 단순하고 일차원적이었다. 그러나 블록체인 운영 메커니즘과 강점을 일반 대중에게 쉽게 풀어냈다는 점에서 이목을 집중시켰다.

실제로 댑 게임의 인기는 첫 블록체인 기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핍스의 등장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핍스는 블록체인의 탈 중앙화, 투명성 등의 강점을 십분 활용했다. 기존 SNS가 개발업체나 특정 집단에 의해 운영되는 반면 핍스는 이용자 간 약속으로 움직인다. 이로 인해 누군가 일방적으로 내용을 삭제하거나 위·변조 할 수 없다. 개발사의 개인정보 무단 이용, 특정 이용자 배제 등 기존 SNS의 문제들도 효과적으로 해결했다. 무엇보다 실제 거래소에서 현금화가 가능한 이더리움을 활용한 댓글 및 공유 보상 시스템이 이용자 눈을 사로잡았다.

◇겜블링 등장, 하나의 콘셉트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지난해 하반기 들어 댑 생태계 겜블링 집중 현상이 본격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게임과 SNS가 단순히 블록체인에 대한 사람들 호기심을 만족시키는 데 성공했다면, 겜블링은 블록체인이 기존 시스템을 대체하고 보완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겜블링 게임 원조는 'PoWH3D'다.

PoWH3D는 댑에서 발행하는 수익의 10%를 토큰 보유량에 따라 이용자에게 배당했다. 참여자가 많아 질수록 배당이 늘어나는 구조 때문에 일각에서는 다단계 사기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나 모든 배팅과 배당의 과정이 블록체인 상에 투명하게 기록되고, 개발사가 아닌 스마트 컨트렉트를 통해 운영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겜블링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7월에는 블록체인 겜블링 열풍의 주인공이 될 'FOMO3D'가 출시됐다. FOMO3D는 참여자가 '키'를 구매, 일정 시간 추가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마지막 구매자가 구매 과정에서 적립된 배당금을 모두 가져가는 방식의 게임이다. 키 구매 시 가격이 상승하고 일정 비율로 이전 구매자에게 배당되는 다단계식 혜택을 앞세워 단기간 내 대규모 유저를 유치했다. FOMO3D는 출시 일주일 만에 이더리움 댑 1위를 차지하고 15일 만에 120억원 상당의 자금을 유치했다. 댑 데이터 플랫폼 댑 레이더에 따르면 2018년 7월 기준 FOMO3D의 일평균 활성 이용자 수는 1만 4000명, 일일 거래량은 4만 이더리움, 24시간 이더리움 자금 순유입 규모는 18억달러에 육박했다.

FOMO3D의 인기는 대규모 카피 게임의 출현으로 이어졌다. 실제 FOMO3D가 출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EOS 버전 FOMO3D 카피 게임이 출시됐으며 FOMO2D, FOMO4D, FomoFast 등 유사한 이름의 게임이 잇따라 등장했다. 하지만 카피 게임 대부분은 출시 이후 2주 이상을 넘기지 못하고 업계에서 사라졌다. EOS 기반 FOMO3D 카피 게임도 출시 이틀 만에 9만 EOS를 모금하는 등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6만 EOS 상당의 해킹 사건이 발생하며 서비스를 중단했다.

◇운용체계 다변화…넥스트 안드로이드를 찾아라

지난해 6월 퍼블릭 블록체인 운용체계 프로젝트인 EOS가 이더리움에서 분리되어 나왔다. 이더리움이 독주하던 댑 운용체계 생태계에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것이다. EOS는 출시 약 두 달 만에 233개 댑을 확보했다. 이더리움이 출시 이후 3년간 790여개 댑 확보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으로 상당히 빠른 속도다. EOS는 거래 처리 속도, 시스템 운영 방식 측면에서 이더리움 한계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EOS 네트워크는 이더리움과 비교해 300배 정도 빠르며 거래 비용을 큰 폭으로 절감했다.

최근 암호화폐 전문 리서치 업체 다이어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월 달러 거래량 기준 EOS의 댑 시장 점유율은 55%를 기록, 이더리움을 상회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 트론도 메인넷에 성공했다. 메인넷이란 하나의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자신만의 독립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자체 토큰을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개발자들은 해당 네트워크 위에 댑을 만들고 토큰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2월 현재 이더리움과 EOS 그리고 트론의 댑 수는 각각 1561개, 383개, 193개를 나타내고 있다.

이들 외에도 다양한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블록체인 업계의 안드로이드, 애플을 꿈꾸며 자체 네트워크를 출시하고 있다.

글로벌 블록체인 리서치 전문 업체 팩쉴드는 “향후 댑 운용체계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는 제2의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이 될 것”이라며 “2~3년 내 실용성을 갖춘 댑이 등장함에 따라, 운용체계 표준 장악을 위한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부족한 이용자 수…킬러 댑은 언제?

댑 데이터 전문 업체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EOS 네트워크에서 겜블링 댑이 차지하는 비중이 70%에 달한다. 사실상 겜블링 댑의 독주 체제다.

업계 전문가들은 “겜블링을 제외한 다른 분야에서 블록체인을 도입해야 할 유인이 없다”고 진단했다. 블록체인을 도입해 얻을 수 있는 것보다 잃을 것이 더 많다는 것. 부족한 인프라, 불안정한 암호화폐 규제 그리고 무엇보다 지나치게 적은 이용자 수로 인해 메이저 개발사들이 댑 시장 진출을 꺼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와 관련 유명 암호화폐 유투버 케빈 루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해 크립토키티의 일일 활성 이용자가 1만4000명을 기록한 후, 1000여명 이상 일일 활성 이용자를 유치한 이더리움 댑이 등장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탈중앙화 데이터 플랫폼 플루언스 랩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댑 개발자의 67%가 댑 시장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너무 적은 이용자', 44%가 '낮은 이용자 경험'을 꼽았다. 이용자 확보 실패는 다시 투자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까지만 해도 새로운 댑 서비스가 출시되면 암호화폐 투자 열풍과 함께 손쉽게 1000 이더리움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8년 4분기 이후 사전 판매를 통해 1000 이더리움 이상을 조달한 댑은 없다. 지난해 11월 기대 속에서 출시된 사용자 생성 콘텐츠 기반 저작권 플랫폼 댑 큐브고의 경우 400 이더리움을 유치하는 데 그치며 개발을 중단했다. 블록체인 기반 SNS 서비스 오노, 탈중앙화 뉴스 서비스 시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우조 등도 선풍적이었던 초기 인기와 달리, 실질적인 서비스를 내놓지 못하며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블록체인 솔루션 업체 카드스택의 창업자 크리스 셰는 “댑에는 서비스에 상응하는 토큰이 존재하기 때문에 스마트폰 앱보다 10배 이상 어렵게 느껴진다”며 “이용자들의 댑 유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유명 벤처 투자자 쉐만즈 역시 “결국은 왜 댑을 이용해야 하는지 설득하는 게 관건”이라며 “최소 수십 만 이용자를 보유한 일명 '킬러 댑'이 등장하지 않는 한 댑 시장은 절대 발전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코인니스 business@coinnes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