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360도카메라·광망철책으로 무장...ICT 휘날리는 DMZ

“국군장병이 육안으로 직접 확인하던 최전방 안보를 이제는 감시카메라와 광망을 활용해 샐 틈 없이 경계하고 있습니다.”

'비무장지대(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인솔을 책임진 이재욱 육군 중령 설명이다. 실제 사람이 이동하는 동선을 따라 감시카메라가 360도 회전하며 좇는다. 촘촘한 벌집모양으로 이뤄진 남방한계선 철책은 '광망'을 활용해 사람 접근을 일체 차단한다.

4일 찾은 강원도 DMZ 평화의길 철원구간에서 육군 관계자가 전방 국군 GP 촬영 금지 등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truth@
4일 찾은 강원도 DMZ 평화의길 철원구간에서 육군 관계자가 전방 국군 GP 촬영 금지 등 유의사항을 안내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truth@

4일 서울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출발한 지 두 시간여 만에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관문 강원도 철원 백마고지 전적지에 도착했다.

기념관으로 들어서는 초입은 태극기가 휘날리며 방문객을 맞이했다. 전방에는 50m 높이 대형 태극기가 펄럭였고 좌우로는 일반 태극기와 자작나무 625그루가 공간을 채웠다. 숫자는 1950년 6월 25일 발발한 한국전쟁을 의미한다.

백마고지 전적지 내 회고, 기념, 다짐 공간을 지나 출입구에 섰다. 멀리 국군 GP(소초)가 일정 간격을 두고 위치해있다. 너른 벌판은 논과 밭, 나무로 가득했다. '통일아 평화야 철원아'란 문구 대형 입간판과 민간인통제선(민통선) 경계를 짓는 철조망만이 사람의 흔적을 드러냈다.

차량에 탑승하고 1km를 달리자 백마고지 조망대가 나타났다. 좌우로 '지뢰' 경고 문구가 달린 철선과 남방한계선을 경계하는 철책이 탐방객을 맞았다. 남방한계선 철책은 이중·삼중으로 가로막혀 남북한 대치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한계선을 따라 유유히 흐르는 역곡천만은 평화로워 보였다.

4일 찾은 강원도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내 공작새능선 조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와 남방한계선 철책 모습. 감시카메라와 광망으로 최전방 경계를 튼튼히 한다. 박종진기자 truth@
4일 찾은 강원도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내 공작새능선 조망대에서 바라본 비무장지대(DMZ)와 남방한계선 철책 모습. 감시카메라와 광망으로 최전방 경계를 튼튼히 한다. 박종진기자 truth@

일정 거리를 두고 선 초소 다수는 텅 비었다. 대신 초소 바로 옆을 비롯해 군데군데 설치된 감시카메라와 철책에 입혀진 광망이 경계를 대신한다. 감시카메라는 주야간 촬영이 가능한 최신 기종으로 24시간 360도 감시가 가능하다.

광망으로 짜인 철책은 살짝만 건드려도 굉음을 낸다. 굉음이 나면 즉각 인접한 감시카메라 전체가 사고지역을 집중 조명한다. 즉각 관리부대 지휘통제실에서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과학화경계시스템 구축 결과다. 250km에 달하는 군사분계선(MDL·휴전선)을 따라 남쪽으로 2km 거리에 자리한 남방한계선 전역 경계 대부분을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했다.

육군 관계자는 “과거 장병들이 초소에 서서 장시간 근무하고 일일이 손으로 철책 이상 유무를 확인해야 했지만 이제는 ICT가 대신한다”며 “경계에 필요한 최소한 인력이 초소에 투입되고 감시카메라와 광망에 포착된 이상 징후는 즉각 군부대로 전달, 신속히 대응한다”고 설명했다.

공작새능선 조망대를 끝으로 도보구간이 끝나고 C통문으로 이동했다. UN에서 사전 허가 받은 인원과 장비만 출입·반입할 수 있다. 통문이 열리고 분단 이후 최초로 민간에 땅을 연 DMZ로 들어섰다. 좌우에는 수풀이 우거졌다. 숲 사이로 이따금 고라니와 사슴, 노루 등 동물이 출현한다는 게 해설사 설명이다.

이재욱 육군 중령이 4일 강원도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C통문 앞에서 화살머리고지와 남북공동 유해발굴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truth@
이재욱 육군 중령이 4일 강원도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 C통문 앞에서 화살머리고지와 남북공동 유해발굴 현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종진기자 truth@

굽이굽이 길을 올라 마지막 코스 화살머리고지 GP에 올랐다. 이 GP는 2006년 11월 이후 비상주 감시 GP로 활용된다. GP 아래로 멀리 북한 전진철책과 관측소(OP), GP가 한눈에 보였다. 작년 말 지뢰 제거 작업 등으로 시작한 남북공동 유해발굴 현장도 조망할 수 있었다.

DMZ 평화의 길 철원구간은 이달 1일부로 민간에 공개됐다. 백마고지 전적비부터 조망대와 화살머리고지 GP를 거쳐 전적비로 돌아오는 15km 코스다. 화·목요일을 제외한 주 5회, 1일 2회 20명씩 대상으로 운영된다. 신청은 행정안전부 '디엠지기', 한국관광공사 '두루누비'에서 할 수 있다. DMZ 평화의 길 고성구간은 앞서 4월부터 열렸고 파주구간은 이르면 6월부터 운영된다.

철원=

박종진기자 trut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