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년 예산 '혁신성장' 방점…R&D·산업에 48조 투입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혁신성장 중심'으로 편성했다.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등에 따른 '경제 위기감 고조'를 고려,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가 아닌 혁신성장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연구개발(R&D), 산업·중소기업·에너지 예산을 대폭 늘렸다. 극일을 위한 소재·부품·장비 자립화 등 R&D에 24조1000억원, 수출지원 등 산업·중소기업·에너지에 23조9000억원을 각각 투입한다. 두 분야에 배정한 총 48조원은 올해보다 22%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쓸 땐 써야 한다'는 판단으로 내년에도 총예산 증가율을 9%대로 잡았다. 지출은 느는데 세수가 줄어 재정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등 재정건전성 악화는 부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2020년도 예산안'과 '2019~2023년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하고 다음 달 3일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혁신성장을 내년 재정 투입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가 3대 경제정책(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 가운데 혁신성장 중심 예산 편성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수출 규제 등 대외 리스크 확대, 수출·투자 감소 등 경기 부진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혁신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핵심 신산업 육성 등 혁신성장 가속화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예산 지출 총규모는 올해(469조6000억원)보다 9.3% 늘어난 513조5000억원으로 정했다. 2년 연속 9%대 증가율이다. 분야별로 증가가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R&D'와 '산업·중기·에너지'다. 두 분야에만 총 48조원이 투입된다.

R&D에는 올해보다 17.3% 많은 24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자립화를 위한 2조1000억원 투입이 눈에 띈다. 기술개발 지원(1조3000억원), 제품 상용화 지원(5000억원), 설비 확충 등을 위한 투자자금 지원(40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 산업에는 3조원을 투입, 성장 생태계를 조성한다.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안정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특별회계도 신설한다.

산업·중기·에너지에 올해보다 27.5% 많은 23조9000억원을 투입한다. 예산을 배정하는 12개 분야 가운데 최고 증가율이다. 수출 지원을 대폭 늘리는 한편 모태펀드에 예산 1조원을 출자하는 등 '제2벤처붐 확산'에 5조5000억원을 투입한다.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융자도 확대한다.

일자리 부문에는 올해보다 21.3% 많은 25조8000억원을 배정했다. 노인일자리를 올해 61만개에서 내년 74만개로 확대하고, 돌봄·안전 등 사회서비스 일자리도 15만개에서 24만6000개로 늘린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3년 만에 20조원대(22조3000억원)를 회복했다. 다만 전통 SOC보다는 여가·건강 등을 위한 생활SOC(10조4000억원) 등에 재원이 집중된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등 신기술을 접목한 교통·상수도 스마트 인프라 확충에 1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환경 예산은 올해보다 19.3% 많은 8조8000억원이 배정됐다. 미세먼지 저감에 올해(2조3000억원)보다 74.6% 많은 4조원을 투입한다. 충전인프라 구축 등 친환경차 보급에는 1조1000억원을 배정했다.

국방 예산은 사상 처음 50조원을 돌파(50조2000억원)한다. 차세대 국산잠수함 건조 등 핵·대량살상무기(WMD) 대응 전력 강화를 위한 핵심 무기체계 보강에 올해보다 22.6% 많은 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국방 R&D에도 3조9000억원이 배정됐다.

내년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지만 국세 수입은 줄어 재정 건전성이 악화된다. 통합 재정수지는 올해 6조5000억원 흑자에서 내년에 31조5000억원 적자로 전환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1.9%에서 내년 3.6%로 확대된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올해 37.1%에서 내년 39.8%까지 높아진다.

홍 부총리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커져도 지금은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유선일 경제정책 기자 ysi@etnews.com, 최호 정책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