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융합학과' 시행, '자유로운 학과 개설' '비(非)인기학과 소멸' 기대·우려 교차

내년 '융합학과' 시행, '자유로운 학과 개설' '비(非)인기학과 소멸' 기대·우려 교차

내년 대학 '융합학과' 시행을 앞두고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대학이 입학정원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융합학과를 만들 수 있어 경쟁력 있는 학과 개설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학문 중요성과 관계없이 비(非)인기학과가 급격하게 사라질 수 있다는 걱정도 공존한다.

교육부는 올해 말 융합학과 법령 개정을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27일 밝혔다. 교육부가 지난 8월 발표한 대학혁신 지원 방안 중 하나다.

융합학과는 두 개 이상 학과를 합쳐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것이다. 학생은 입학 때와 다른 전공으로 소속을 옮길 수 있다. 대학은 전자정보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를 합쳐 인공지능(AI)학과를 만들 수 있다. 전자정보공학과와 컴퓨터공학과 2학년 학생은 3학년 때 AI학과 전공을 선택할 수 있으며 졸업도 AI학과로 가능하다.

융합학과는 입학정원과 상관없이 개설할 수 있다. 융합학과가 시행되면 대학은 AI 등 수요가 많은 전공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 현재 AI 전공 수요는 많지만 대학은 기존 학과 정원을 줄여 AI학과를 신설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 수를 줄일 수 없다는 교수 반발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기존 비인기 학과가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대학이 운영 중인 '융합전공'은 학생이 소속을 바꿀 수 없다. A학과 학생이 융합전공으로 B전공을 선택하면, 졸업장에 A학과와 B학과를 동시에 이수했다는 기록이 남는다. 입학 전공은 유지된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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융합학과는 입학한 A학과 기록이 사라진다. 비인기학과 3, 4학년 재학생이 대폭 줄면서 결국 학과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한 대학 총장은 “융합학과가 시행되면 비인기학과 졸업생이 대폭 줄어들 것”이라며 “기존 비인기 학과가 급격하게 없어지는 파급력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대학 관계자는 “기존 대학의 융합 전공은 비인기학과 정원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졸업장에 기존 전공도 유지하게 한다”며 “교육부 융합학과 정책은 기존 전공에서 아예 새로운 전공으로 자유롭게 적을 옮길 수 있기 때문에 인기 없는 학과 교수진의 반발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융합학과 설치 근거를 마련 중이다. 고등교육법 시행령과 대학설립운영 규정 등을 올해 말까지 마무리하고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전지연기자 now2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