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노딜' 1년, 표류하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남북미 정상이 정전협정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났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남북미 정상이 정전협정 66년 만에 판문점에서 만났다<사진:청와대 페이스북>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표류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소득 없이 끝난 후 1년이 지났지만 상황은 더 악화됐다.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우선순위를 두고 평행선을 달렸다. 미국 중간대선, 한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각국에 시급한 이슈가 부각되면서 시간만 흘러가는 모양새다. 북미 양국 사이에서 '촉진자' 역할을 강조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구상도 답보 상태다.

미국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국제사이버안보정책 소위는 2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 개최 1주년을 맞아 대북정책을 점검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북미 정상은 지난해 27~28일 하노이에서 회동했으나 이른바 '노딜 회담'으로 끝났다.

코리 가드너 소위 위원장은 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미치광이'라고 부르며 북미협상은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북한과 북한을 지원하는 곳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들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정치·경제적 압박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히려 핵무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고 지적했다.

북한도 지난 1년 사이 불편함을 감추지 않았다. 당시 실무협상 대표였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작년 9월 담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또다시 '망령든 늙다리'로 부르지 않으면 안 될 시기가 다시 올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비난했다.

이후 북한은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고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 시험으로 추정되는 '중대 시험'을 잇따라 진행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연초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한편 '충격적 실제 행동'에 나서겠다며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예고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두 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고, 판문점에선 남북미 정상이 깜짝 만남을 갖는 등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한껏 부풀어 올랐으나 이제 옛말이 됐다.

(왼쪽부터)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왼쪽부터)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좋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한미 양국은 대북협상의 문은 여전히 열려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우리는 모든 약속과 관련해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고자 유연한 접근을 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이 더 밝은 미래를 실현할 수 있도록 북한과 의미 있는 협상을 하는데 전념하고 있다. 제안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대화 재개라는 입장이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재개 등 남북협력과 국제사회 대북제재 완화 촉구로 이를 촉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남북협력이 시작되면 북미대화가 이어지고 한반도 평화가 정착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 대통령도 지난 2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에서 가장 급선무는 북한과 미국의 대화재개에 있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북미양측이 서로 의견이 다른 부분을 봉합해야한다는 데 동의했다. 시 주석은 통화에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적극 지지했다.

문 대통령은 연초 남북관계 타개를 위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 △남북 접경지역 협력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비무장지대(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공동 등재 △김정은 국무위원장 답방 등의 추진안을 제시했다.

북한도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사실상 개성공단 재개를 촉구했다. 개성공단 폐쇄 책임이 “미국 상전의 장단에 춤을 춘 보수정권과 현 남조선 당국이 초래했다”며 비난했지만 속내는 남북협력 재개라는 것이 청와대 관측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여전히 큰 방향성은 남북간 협력을 통한 북미대화의 촉진”이라며 “관광 재개나 경제 협력이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