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인 미디어]커런트워, 전기전쟁의 최종 승자는

'커런트 워(전류전쟁)'는 1880년 토머스 에디슨과 니콜라 테슬라 두 천재가 전기 송전 방식을 두고 벌인 전쟁을 그린 영화다.

테슬라는 전기자동차 브랜드명으로 인해 역사에서 이름을 되찾았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위인전에 등장한 인물은 에디슨이었다.

커런트워 포스터
커런트워 포스터

영화는 두 천재의 대결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그리지만,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쇼맨십으로 만들어진다'라며 에디슨의 명언을 뒤집어 놓는다.

에디슨은 테슬라가 주장한 교류(AC)의 위험성을 부각하기 위해 교류 전기의자를 제안하며 여론전을 펼친다. 요즘으로 치면 가짜뉴스를 아무렇지 않게 퍼뜨릴 정도로 목표를 향해 앞뒤를 가리지 않는 인물로 묘사된다.

송전 방식과 관련, 에디슨은 직류(DC)를 주장했지만, 테슬라는 교류(AC)를 주장하며 대립했다.

직류(DC)는 같은 방향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전기를, 교류(AC)는 전기의 방향이 주기적으로 변하는 전기를 의미한다. 당시 기술로는 전압을 높이기 어려워 송전 과정에서 먼 곳까지 보내기 어렵지만, 상대적으로 안전한 전기로 인식됐다.

반대로, 교류는 곳곳에 발전소를 설치하는 대신 변압기만으로 전압을 높일 수 있어 먼 곳으로 송전이 유리하지만, 전압이 높아 위험한 전기로 인식됐다.

결과적으로 양측의 장단점을 종합할 때 현재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220볼트 전기는 대부분 교류 방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테슬라의 교류 방식이 일단 승리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다시 에디슨이 주장한 직류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 태양광 발전, 수소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저장이 필수인 배터리 형태의 전기는 대부분 직류를 이용한다. 테슬라 전기자동차도 실제로는 교류 전기를 직류로 변환, 배터리에 저장해 사용한다.

고전압 직류 전송기술로 원거리 전송도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직류를 가정으로 곧바로 전송해 사용한다면 교류-직류 변환장치를 이용할 필요가 없어 스마트폰 등 충전 효율을 높이고 크기를 줄일 수도 있다.

테슬라는 역사에서 잊혀진 듯 했지만, 유명 전기자동차 브랜드와 영화로 재조명되며 부활했다. 에디슨은 전류전쟁에서 일단 패배했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로 부활을 노리고 있다.

에디슨과 테슬라의 전류전쟁에서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어 보인다. 세계 시장에서 교류와 직류의 장점만을 한데 모은 융합기술 연구가 한창이다. 두 천재는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듯하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