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통신, 한국 ICT 산업 거름으로 거듭나야

SK텔레콤이 올해 창사 30주년을 맞았다. 대한민국 이동통신의 역사다. 이를 기념해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29일 ‘ICT 발전 대토론회’에서 5세대(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등을 새로운 비전으로 제시했다. 고질적이고 소모적인 보조금 경쟁에서 탈피해 국부 창출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른바 ‘ICT 노믹스’를 제시하며 이동통신 시장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동반성장과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착한 ICT 연구소’ ‘디지털 디톡스 캠프’ ‘착한 스마트폰 사용’ 앱 등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내놨다. 적어도 겉으로는 대한민국 이동통신 맏형다운 모습이다.

앞서 황창규 KT 회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맞아 간담회를 갖고 향후 3년간 4조5000억원을 투입하는 기가토피아(GiGAtopia)를 선도하겠다고 선언했다. 스마트 에너지, 통합 보안, 차세대 미디어, 헬스케어, 지능형 교통관제 등 5대 신사업을 거론하며 한국 ICT 산업의 촉매제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의 원조 SK텔레콤처럼 KT 역시 통신 맏형 역할을 하겠다는 뜻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런 비전이 최근 요금 인하 여론을 의식한 듯 다분히 제스처 정도로만 여겨지는 것도 사실이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통신 3사 모두 언제부터인가 가입자 뺏고 빼앗기, 즉 제로섬 게임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통신사업자들은 국내 ICT 산업 발전의 기폭제이자 촉매제였다. 신규 통신 서비스에 선제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하며 방대한 후방 산업을 창출했다. IT 강국을 주도했던 프런티어였던 것이다. 심심하면 등장하는 요금 규제 논란에도 통신 사업자들의 역할론이 늘 강조돼 왔던 이유다.

그러나 지금은 영업정지를 불사하고 불법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통신 사업자들의 현실이다. 돈 버는 일을 등한시하란 뜻은 아니다. 하성민 사장이나 황창규 회장이 밝힌 것처럼 대한민국 ICT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창조해왔던 과거의 위상도 다시 한 번 보여주기를 진정 기대한다.

서한기자 h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