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칼럼]콘텐츠 생태계의 풀뿌리 `개인 창작자`

‘대도서관’ ‘양띵’ ‘대정령’.

혹 주변에서 이런 이름을 들어본 적 있는가? 이들은 모두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개인 창작자다. 뉴미디어가 어색한 세대라면 낯선 이름일 수 있다. 하지만 미디어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들 현상을 눈여겨봐야 한다.

[콘텐츠칼럼]콘텐츠 생태계의 풀뿌리 `개인 창작자`

지난해 청소년 콘텐츠 최대 마켓인 MIP주니어 현장에서 ‘코치 카터(Coach Carter)’와 ‘스몰빌(Smallville)’ 등 영화와 드라마 제작자로 유명한 브라이언 로빈스가 기조연설을 했다. 그는 4년 전 어느 날의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당시 유튜브 인기 스타로 떠오르던 프레드 매니저가 그를 찾아와 영화 제작을 제안했다. 로빈스는 콧방귀를 뀌었다. 잘나가는 제작자에게 ‘유튜브에서나 유명한 사람’의 제안은 터무니 없었다. 집에 돌아와 자신의 아이에게 혹시 프레드를 아느냐고 묻자, 큰 목소리로 “잘 안다”고 답했다. 심지어 “프레드가 나오는 영화를 만들면 보겠느냐?”는 질문에 “오늘요?”라며 기대감 섞인 표정으로 되묻기까지 했다.

개안(開眼)의 순간이었다. 로빈스는 당장 프레드와 영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생애 최초로 자신의 돈을 직접 투자했다. 이렇게 제작한 ‘프레드 더 무비’는 그해 니켈로디언 채널에서 방영된 최고 인기 작품이 됐다. 새로운 가능성을 본 로빈스는 유튜브의 재능 있는 창작자들을 발굴, 지원하고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어섬니스TV’라는 회사를 만든다. 그리고 이 회사는 작년 드림웍스에 인수됐다.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가족이나 일상 신변잡기 이야기를 비디오로 찍어 올리면서 유명해진 셰이 칼 버클러는 자신의 성공 노하우를 사업화하기 위해 친구들과 ‘메이커스튜디오’라는 회사를 창업한다. 개인 창작자에게 교육, 스튜디오, 홍보 및 광고영업 등을 지원하면서 이들의 유튜브에서 광고로 창출되는 수익 일부를 받는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Multi Channel Network)다. 디즈니는 지난 3월 메이커스튜디오를 인센티브 포함 약 1조원에 인수했다.

우리가 스마트폰에 적응한 후 엄청난 삶의 변화를 경험했듯, 대부분의 변화는 일단 시작되면 상당히 빠른 시간 안에 이뤄진다. 앞선 두 회사의 성공담도 불과 몇 달 전 이야기다. 인터넷 미디어와 다양한 기기의 발전은 미디어 생태계에 급진적인 변화를 몰고 왔고 누군가는 이런 변화를 기회 삼아 큰 성공을 거뒀다.

MCN은 현재 미국과 유럽 등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사업 모델로, 타임워너, RTL그룹, 컴캐스트 등 전통 미디어 거인이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MCN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했던 창작자 생태계, 바로 그 토대에 있다. 국내에서도 작년부터 몇몇 개인 콘텐츠 창작자를 중심으로 큰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앞서 말한 대도서관, 양띵, 대정령 같은 개인 방송 창작자가 대표 주자인데, 개인으로 시작해 거둔 성과는 상당히 고무적이다. 어쩌면 창조경제의 가장 좋은 예가 아닐까 한다.

안타깝게도 개인 창작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아직 낮은 편이다. 우리는 벤처하면 거의 대부분 IT 창업을 떠올리고, 사회·경제적 관심과 투자 역시 이쪽에 몰려 있다. 현실적으로 과연 IT 창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개인 창작자와 이를 통한 창업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게다가 초기에 많은 비용이 들지 않기 때문에 요즘 창업가들이 선호하는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이 가능하다. 언어라는 어려움을 잘 극복하거나, 혹은 장벽을 잘 피해갈 수 있다면 얼마든지 ‘강남스타일’ 못지않은 새로운 성공을 만들 수도 있다. 개인 창작자에 대한 더 많은 사회적,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예상을 뛰어넘는 혁신, 성공의 마법이 실현될 것이다.

서황욱 구글코리아 유튜브 파트너십 총괄 상무 bsuh@goog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