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소득주도성장론이 간과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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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론은 현 정부 핵심 경제철학이다. 취지는 좋다. 가계가처분 소득을 높여 소비를 진작시키고, 생산을 늘려 기업활동을 촉진시키는 모델이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부터 실버세대까지 사회적 약자를 배려했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이상과 현실 간 괴리가 존재한다. 대표적인 게 최저임금정책이다. 정책 설계단계에서 중요한 전제조건이 빠져 있다. 중소기업 대표, 자업영자, 가게 사장 지갑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가정이다. 김밥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게 장사가 잘 돼야 한다. 그래야 최저임금을 올려줄 수 있다.

현실은 어떤가. 최근 중소기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보다 돈을 못 버는 사장이 적지 않다. 경쟁이 치열한 상가 밀집지역 사장 둘 중 한 명 이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 인상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치솟는 임대료, 은행 부채에 이어 최저임금인상은 경영상 악재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을 해고하고, 장성한 아들 딸 또는 부모님 등 직계 존비속으로 가게와 음식점을 운영하는 가게가 늘어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 정책 초점은 일자리에 맞춰졌다. 일자리는 최고의 복지라는 말에 공감한다. 일을 하고, 돈을 벌어야 맛난 음식을 먹고, 즐길 수 있다. 인간이 누릴 수 있는 최소한의 행복조건이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입안자는 소비가 있는 삶, 외식이 있는 저녁을 상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기 마련이다. 일터를 잃는 풍선효과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결과다. 실제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사장은 직접 고용을 줄인다. 대신 제3자 아웃소싱을 선택한다. 4대 보험료 등 고용에 따른 고정비를 절감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15일 발표된 5월 취업자 증가폭은 2010년 이후 최악이다. 청년층 실업률은 전체 실업률 3.7%보다 3배 가까이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15세에서 24세까지 청년층 실업률은 올 1분기 10.2%를 기록했다.

여당이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전국이 푸른 물결로 넘쳐났다. 국민의 전폭 지지는 외교 안보 및 사회 분야에서 후한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비핵화 분위기와 남북에 이은 북미정상회담이 영향을 미쳤다. 보수적 색채가 강했던 지역조차도 보수에 등을 돌렸다. 사회분야 비리척결도 공감대를 끌어냈다. 기회는 평등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현정부 철학은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삼페인을 터뜨리기에는 이르다. 우리 경제가 처한 환경과 지표가 녹록치 않다.

소득주도성장론이 간과한 것은 뭘까. '곳간에서 인심난다'라는 명제다. 공정 경제,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구조적 문제를 풀어야 한다. 그래야 정책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소기업 대표 지갑이 두둑해야 한다. 동네 피자, 햄버거, 치킨집 사장님 금고에 돈이 있어야 한다. 지난 1년 간 소득주도성장론 그물은 느슨했다. 취지에 부합하는 정책적 물고기를 잡을 수 없었다. 촘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과부하, 병목지점을 빨리 고쳐야 하는 이유다. 경제 주체들은 합리적 선택을 한다. 각자에게는 최선책이자, 공정한 판단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떤가. 경제주체의 합리적이고 공정한 선택이 정부가 추구하는 공정경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문재인 정부가 내건 슬로건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

[데스크라인]소득주도성장론이 간과한 것

김원석 성장기업부 데스크 stone20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