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연중기획 전자산업 경쟁력을 높이자(41):장애극복

현대는 속도전이다.

국가끼리 총칼을 겨누는 전쟁뿐 아니라 경제 전쟁에서도 이 말은 진리로 통한다.경쟁사보다 먼저 제품을 출하하면 승리할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속도는 비용, 품질과 함께 경쟁에서 승패를 결정짓는 3가지 필수 요소다.

그것은 최근들어 가격인하가 가전.컴퓨터등 전자제품을 비롯한 의류 등으로 확산되면서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가격파괴로까지 불리는 가격인하상황에서는 기업체들은 제품을 빨리 팔아치워야한다.제품을 지니고 있는 기간이 길면 길수록 손해다.

판매는 물론 생산에 걸리는 기간도 줄여야 한다.원료나 부품가격도 떨어지고있어 생산 기간이 길면 비싼 원료나 부품을 사용한 셈이 된다. 그것은 바로 생산 원가가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날과 같은 가격 인하시대에는 제품 기획에서 생산, 판매에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소화해야 비용을 줄일수 있는 것이다.

속도는 기업체에게 이익을 안겨준다.경쟁사보다 제품 출하가 빠르면 수입도 증가한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최근 컴퓨터 제품을 중심으로 분석한 "제품 수명과 시장 진입지연에 따른 영향보고서"를 보면 속도를 갖춘기업과 그렇지 못한기업의 명암은 확연하다.

이 도표를 보면 적기에 시장에 진입한 기업은 수입액 규모가 큰 반면 그렇지못한 기업은 수입액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시장진입지연에 따른 수입감소율" 표는 시장 진입이 늦을 경우 기업체 가 얼마만큼 손해를 보는지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하고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체가 시장 확장기가 6개월인 컴퓨터 제품을 다른 업체보다 1개월 늦게시장에 출하할 경우 수입액은 24%가 줄어든다. 또 두달이 늦을 경우는 수입 이 44%가 줄어들며 세달이 늦을 경우 무려 63%의 손실을 감수해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시장진입이 늦은 기업은 제품의 라이프사이클이 길 것으로 예상 함에 따라 "제품시장진입지연에 따른 영향"도표의 점선으로 채워진 부분만큼재고가 쌓이게 된다.

결국 시장에 뒤늦게 진입한 기업은 수익감소와 재고등 2중고를 안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경쟁업체보다 시장에 늦게 진출 하면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실제로 최근 가전제품의 판매동향을 보면 이같은 결과는 쉽게 읽을 수 있다.

삼성전자, 금성사, 대우전자 등 가전3사의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보다 음이온 기능을 채용한 바이오TV를 먼저 출하함으로써 뒤늦게 출하한 경쟁사 를 따돌렸다.

금성사도 자기진단기능을 가진 VCR를 경쟁사보다 먼저 선보임으로써 삼성과 대우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했으며 대우전자도 입체 냉장고를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 출하함으로써 경쟁사를 제쳤다.

이 3개 업체는 각각 경쟁사보다 먼저 제품을 출하함으로써 높은 시장 점유율 을 확보했다. 또 뒤늦게 출하한 제품으로 먼저 출하한 경쟁사제품을 결국 따라 잡지 못하고 말았다.

이제 세계 일류 기업체들은 속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다가오는2000년에 살아남기 위해서 속도를 중요한 경영 방침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너럴일렉트릭사는 최근 "90년대는 더 빠르고 더 앞서 나아가야 한다 는 경영방침을 밝혔다. 이것은 바로 속도에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

80년대식 안정위주의 경영으로 쓴맛을 본 바 있는 IBM을 비롯한 대형 컴퓨터 업체들도 속도를 갖추기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같은 바람은 불고 있다.

금성사는 올해 스피드(속도)를 팀워크, 퀄리티(품질)와 함께 경영의 핵심 캐 치프레이즈로 삼았다. 이 회사는 세가지 요소 가운데에서도 스피드를 가장우선으로 꼽는다.

이헌조금성사부회장은 스피드를 경영방침으로 삼은데 대해 "세상은 변화가 굉장히 빠르다.우리도 앞으로 모든것을 속도를 가지고 임해야 한다.경영자의 결심도 속도, 품의 기간도 속도, 일 처리도 속도, 제품개발도 속도이다.완전 하게 하되 더 빨리, 더 빨리 하되 완전하게 할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제품의 개발단계에서부터 생산.판매.물류등 전과정에서속도개념을 도입했다.

금형제작시간을 줄이고 생산라인길이도 더욱 줄였다. 또 물류와 배송체제도 효율적으로 조정했다.

이를 통해 얻는 효과는 이미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올해들어 전자문서 시스템을 구축, 기존의 전표를 통한 손익거래 내용을 온 라인화 함으로써 전표처리에 소요되는 시간 낭비를 줄여 전표 1매를 처리하는데 종전 3백69분이 걸렸으나 현재는 9분으로 줄었다.

또 제품 평가 과정등 프로세서를 재정립, 신제품 심사시간을 종전 32일에서 10일로 단축했다. 협력회사와 금성사간 시장 정보를 인라인화 함으로써 시장 의 변화및 고객의 소요 패턴에 긴밀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이로써 정보전달 리드 타임을 기존 8일에서 현재 1일로 줄였으며 고객주문 반영률이 종전 60 %에서 현재 90%로 높아졌다.

금성사는 또 서비스센터별로 분리 운영하고 있는 고객상담실을 지역별로 통합 전산.통신업무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고객에 대한 서비스 속도를 높였다. 속도향상 노력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최고 경영자의 투철한 마인드가 중요하다. 그래서 경영자의 신속한 결단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최고 경영자에 따라 얼마든지 회의나 보고등에 스며든 권위주의를 탈피할 수 있다.

찾아가서 얼굴을 보고 보고를 해야하는 전통적인 동양적 의식은 속도향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속도향상을 위해서는 기업체 뿐만 아니라 관련 제도 등도 고쳐야 할 것으로지적되고 있다.

한국정보산업연합회가 최근 정부에 건의한 관세제도및 통관상의 애로사항을 보면 정부가 속도에 얼마만큼 불감증을 갖고 있는지가 드러난다.

이 건의서는 첨단제품이나 연구용품등 관세가 감면되는 제품을 통관할 경우14종의 서류를 요구하고 있는데 그 가운데 9가지가 불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EMI나 형식승인중에서 하나의 인증을 획득하면 통관할 수 있어야 한다고지적했다. 정부가 번거로운 절차나 까다로운 서류를 요구함에 따라 라이프사이클이 짧아지고 있는 컴퓨터를 비롯한 대부분 국산 첨단기기들이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체의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정부의 제도적 뒷받침이 이루어질때 속도향상은 실효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박재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