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관열
◇86년 서울대 전기공학과 졸업
◇88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 석사
◇93년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 박사
◇현재 LG전자 Home appliance 연구소 책임연구원
우리나라 가정 내의 전기사용 비율을 보면 냉장고·에어컨·세탁기·청소기·전기밥솥 등 가전제품이 전체의 35%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전력수요 억제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 효율등급의 상향조정, 환경마크제 도입 등을 통해 고효율 기기개발 유도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선진국들의 규제강도는 더욱 강하다. 유럽은 전제품에 에너지 라벨 부착을 의무화하고 있다. 미국은 2001년 7월부터 1993년 대비 에너지소비량을 30% 저감하는 에너지 규제를 실시할 계획이다. 일본은 올해 4월부터 톱런너(Top-Runner)제도를 도입, 제품의 용량별로 최고 수준의 효율을 기준으로 설정한 목표치보다 효율이 낮은 제품에 대해 향상 권고·공표·명령·벌금 등의 제반 규제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각국의 에너지 규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제품의 효율을 향상시키려면 요소 부품들의 효율을 높이거나 새로운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이를 위한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 중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인버터 기술이다.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에 모터 회전수를 가변제어하는 인버터를 적용함으로써 에너지 및 소음 저감 등 환경규제 대응은 물론 제품의 기본기능 향상과 급속 냉난방, 쾌적성 향상, 신선도 증대 등 부가기능도 구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터의 속도는 모터에 인가되는 전압 또는 전류의 진폭(Amplitude) 및 주파수(Frequency)에 의해 결정된다. 한국전력이 가정, 상업지역 및 공장 등에 공급하는 각종 상용전원은 일정한 주파수와 일정한 진폭을 갖는 AC(Alternating Current)전원(예로 들면 일반 가정에 공급되는 220V 60㎐ 전원)이므로 모터의 속도를 임의로 제어할 수 없다. 모터의 속도를 원하는 대로 제어하기 위해 모터에 인가되는 전압 또는 전류의 크기와 주파수를 임의로 제어할 수 있는 전력변환장치가 인버터다.
인버터 구동시스템은 상용 AC전압을 DC(Direct Current)전압으로 변환하는 정류기(Rectifier), DC전압을 임의의 진폭 및 임의의 주파수를 갖는 AC전압으로 변환하는 인버터회로, 부하를 구동하기 위한 가변속 모터, 모터의 속도 및 위치를 제어하는 마이컴(Micom)과 제어부 및 인버터 스위치 구동용 절연전압(Isolated voltage)을 공급하기 위한 전원회로(SMPS : Switched Mode Power Supply)로 구성된다. 이 기술은 1885년 유도전동기가 발명된 이래 80여년이 지난 1960년대 후반 사이리스터·SCR의 개발로 시작됐다. 그 후 트랜지스터, IPM(Intelligent Power Module)과 같은 전력용 전자(Power Electronics), 마이크로프로세서, DSP(Digital Signal Processor)와 같은 마이크로(Micro) 전자, 현대 제어이론을 적용한 모터제어 기술에 의해 인버터 기술은 급속히 발전해 오고 있다.
인버터를 구성하는 핵심부품인 모터의 경우 삼상 유도기에서 고효율의 BLDC 모터로 대체되고 있으며 페라이트(Ferrite) 자석에서 에너지 밀도가 높은 희토류계(Rare Earth) 자석(NdFeB)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영구자석 표면부착형(Surface Permanent Magnet) 구조에서 리럭턴스 토크를 이용할 수 있는 매립형(Interior Permanent Magnet) 구조로 대체되는 경향도 짙으며 모터의 효율 향상을 위해 다양한 영구자석의 형상 및 배치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모터 제어는 제어가 간단한 구형파(Square Waveform) 전류제어에서 효율 향상 및 소음 저감을 위한 정현파(Sinusoidal Waveform) 전류제어가 적용되고 있다. 스위칭 소음을 줄이기 위해서는 일정 PWM(Pulse Width Modulation)제어에서 랜덤 PWM제어로 전환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또한 고조파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역률보상(Power Factor Correction) 기능을 갖는 PAM(Pulse Amplitude Modulation)제어, 부하변동에 실시간 대응 운전이 가능한 DSP 등이 적용되면서 인버터의 성능은 한층 더 높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가변속 제어용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는 BLDC 모터에 시스템 매칭(System Matching)을 시켜 모터의 토크를 저감시키고 실리콘 스틸(Silicon Steel)의 재질개발 및 영구자석 가격인하와 제조공정 개선 등을 통한 원가절감 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다. 영구자석을 사용하지 않는 스위치드 리럭턴스 모터 및 싱크로너스 리럭턴스 모터 등을 가변속 모터로 사용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되고 있다.
인버터 회로부는 보호기능을 내장한 IPM(Intelligent Power Module)개발 및 IPM에 전원회로 및 마이컴을 포함시킨 인버터 시스템 모듈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토폴로지(Topology) 개발을 통한 부품수 및 용량 줄이기와 반도체 소자가격을 낮추기 위한 신소재 개발 및 공정개선 등의 활동도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등 그동안 인버터 기술 적용을 가로막아온 최대의 장애물이었던 원가상승 요인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 활동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이같은 기술발전을 바탕으로 그동안 엘리베이터·공작기계·컨베이어 구동용 모터의 가변속 운전과 무정전 전원장치(UPS), 형광등의 전자식 안정기 등 산업용에 제한적으로 적용돼던 인버터 기술이 90년대 들어서는 캠코더, 비디오 재생기의 드럼 구동, 컴퓨터의 CD롬 드라이브 등 소형 가전제품을 비롯하여 세탁기·냉장고·에어컨 등 대형 가전제품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특히 인버터 세탁기와 인버터 냉장고는 지난 97년 일본 가전업체들이 출시한 이래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도 파급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인버터 가전제품은 어떤 장점을 지니고 있을까.
우선 인버터 기술을 세탁기에 적용할 경우 란제리 등 섬세한 세탁물은 낮은 속도로 빨래판을 회전시켜 세탁물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 청바지와 같은 세탁물은 높은 속도로 운전, 오염물을 깨끗이 세탁할 수 있다. 탈수시에도 인버터 세탁기는 기존에 비해 고속으로 세탁통을 회전시킴으로써 빠른 시간내 물기를 제거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게 된다. 인버터에 의해 다양한 세탁물의 종류 및 양에 따라 적합한 세탁프로그램을 구현함으로써 옷감손상 및 꼬임 저감, 전기료 및 물사용량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다. 기존 세탁기는 빨래판(Pulsator)을 구동하는 모터가 일정한 속도로 정·역회전을 하기 때문에 다양한 종류의 의류와 세탁물의 양에 따라 적합한 세탁프로그램을 구현하기가 어려웠다. 인버터 세탁기는 이같은 장점으로 일본에서 이미 97년 말부터 붐이 일기 시작해 현재는 전체 세탁기 수요의 40%까지 차지할 정도로 급신장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LG전자·삼성전자가 최근 인버터 세탁기를 출시하면서 붐을 타기 시작했다.
또한 기존 냉장고의 경우 압축기가 항상 일정한 속도로 운전·정지를 반복함으로써 부하에 대응한 최적의 사이클 운전이 어려웠다. 그러나 인버터를 사용할 경우 많은 양의 식품을 저장하거나 외부환경에 의해 냉장실·냉동실의 온도가 상승할 때 압축기를 4200rpm 고속으로 운전, 식품을 급속냉동시킬 수 있고 일반 운전시에는 1800∼2400rpm의 낮은 속도로 운전해 냉장실·냉동실의 온도변화 폭을 작게 해 식품의 신선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인버터 냉장고는 특히 압축기의 소프트 기동·정지 알고리듬과 저속운전에 의해 기동소음과 운전소음을 대폭 줄일 수 있으며 소비전력도 30∼40% 가량 절감할 수 있다. 최근 냉장고의 최대 이슈가 되고 있는 소비전력 절감 및 소음 저감문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버터가 각광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인버터 냉장고는 97년 일본의 마쓰시타·미쓰비시에서 출시한 이후 지난해 대부분의 업체가 갖추고 있으며 양문여닫이형 냉장고가 주류인 미국에서는 GE가 지난 97년 가변속 팬모터를 적용한 냉장고를 출시한 데 이어 강화된 에너지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인버터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최근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소비전력 및 소음을 대폭 저감한 인버터 냉장고를 출시했다.
향후 인버터 냉장고는 현재보다 적은 용량의 고효율 압축기 또는 600∼1200rpm의 낮은 속도로 운전할 수 있는 인버터 압축기가 개발돼 기동·정지를 반복하는 불연속운전이 아닌 연속운전을 통해 효율이 더욱 높아지는 방향으로 발전될 전망이다.
에어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방안의 온도와 설정온도의 차가 큰 경우에는 고속(7800∼9000rpm)으로 운전해 빠른 시간내 설정온도가 되도록 제어하고 취침시와 같은 경우는 600∼1200rpm 내외의 최저 속도로 운전, 소비전력을 30% 가량 절감할 수 있다.
또 3만rpm 이상의 고속으로 회전하는 정류자 모터 및 팬에 의해 먼지를 흡입하는 청소기에는 90년 초 흡입률 증대 및 소음 저감을 위해 일본의 마쓰시타·히타치 등이 BLDC 모터를 사용한 인버터 청소기를 출시한 적이 있고 최근에는 기존 정류자 모터의 브러시 가루에 의한 환경오염에 대한 대책으로 가변속 모터를 사용한 인버터 청소기가 속속 출시될 예정이다.
이처럼 에너지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가전제품의 기본기능 향상 및 쾌적한 사용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 인버터 제품 가운데 일부는 최근 경쟁체제로 돌입하면서 보급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들 인버터 제품이 아직은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으로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측면도 없지 않으나 이같은 문제는 끊임없는 원가절감 노력과 함께 소비자들의 인버터 기술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해소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