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방송법 뿌리째 "흔들"

 통합방송법이 국회에 계류중인 가운데 최근 「위성방송법」(가칭)의 독립 법제화를 놓고 방송계에 찬반 양론이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데다 정부 역시 규제개혁 차원에서 그동안 보류해왔던 유선방송관리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최근 들어 통합방송법의 기본적인 뼈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처럼 통합방송법의 기본 골격이 흔들리고 있는 것은 정부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합방송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아직까지 분명하게 입장을 정리하지 않고 있는데다 정부 각 부처도 그동안 통합방송법 때문에 미뤄왔던 방송 관련법안이나 정책의 개정을 별도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위성방송법의 독립 법제화 문제를 놓고 방송계는 크게 양분돼 있다. 특히 언론관련 시민단체나 방송개혁위원회 활동에 참여했던 방송계 인사들은 위성방송법을 별도로 법제화하면 방송정책권을 정부에서 방송위원회로 넘기려던 통합방송법의 기본 골격이 한꺼번에 무너지고 정부의 방송정책권 장악에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크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와 달리 위성방송사업을 준비중인 업체나 일부 방송학자들은 위성방송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선 한시법 형태라도 위성방송법을 제정하는 게 시급하며, 나중에 통합방송법이 제정되면 위성방송법을 폐기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미 통합방송법의 통과를 전제로 작년 말 개정된 종합유선방송법처럼 한시적으로 위성방송법을 제정하자는 입장이다.

 위성방송법을 한시법으로 운영할 경우 현재의 종합유선방송위원회가 위성방송에 관한 규제업무를 수행토록 하자는 방안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처럼 방송계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정부 여당은 통합방송법의 처리에 관한 방송계의 반응을 관망할 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 부처가 추진중인 방송 관련법의 개정작업도 통합방송법 처리와 괴리될 소지를 다분히 안고 있다.

 지난달 30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99년 정보통신부 잔존 규제정비 계획」을 발표하면서 유선방송관리법의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술기준을 개정에 중계유선방송의 채널수를 늘리는 것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아예 모법인 유선방송관리법까지 바꾸겠다는 것이다. 당초 유선방송관리법은 통합방송법에 통합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기본 방침이었다.

 규제개혁위원회는 정통부와의 협의를 통해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 중계유선의 방송 채널을 20개 이상으로 확대하고 유선방송구역도 시·군·구 단위에서 2개 이상의 시·군·구 단위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또 음악유선방송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완화하고 중계유선의 허가 및 재허가 기간, 허가절차, 임시허가, 준공검사 등의 조항을 전반적으로 손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통합방송법과 상충되지 않도록 내년 국회에서 유선방송관리법을 개정하고 통합방송법 제정시 이들 조항이 모두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말하고 있으나, 방송계는 통합방송법 제정이 계속 미뤄지고 유선방송관리법이 개정될 경우 케이블TV와 중계유선간, 문화부와 정통부간 갈등구조가 확대 재생산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방송법을 둘러싼 이같은 혼선을 막기 위해선 정부 여당이 하루 빨리 통합방송법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