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과학> 초정밀 나노핀셋

 시드니 A형 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독감에 걸린 환자라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를 다 잡아죽이고 싶을 게다. 그러나 감기 바이러스는 현미경에 의존해야 겨우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크기여서 일반적인 방법으로 바이러스를 잡아 없애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초미세 핀셋이 있다면 약 대신 한번 시도해볼 만하다. 물론 한달 정도는 잡아내야 하겠지만.

 이른바 나노기술로 불리는 초미세 나노세계를 접하면 현실적으로 바이러스 정도야 우습게 잡아낼 수 있다.

 일단의 과학자들은 최근 바이러스 한 개보다 더 작은 10나노미터(㎚) 크기의 알맹이들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인 「초미세 족집게」를 제작해 발표했다. 나노족집게(Nano­tweezer)라고 불리는 이 도구는 전자회로, 유전자 칩, 그리고 마이크로 수술 등의 영역에서 활용될 미세도구 개발에 기폭제 구실을 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나노기술을 뒷받침한 것은 주사탐침현미경(SPM)의 바늘(Tip)을 사용해 나노구조들을 밀어 옮기는 데 국한돼왔다. 그러나 이는 대단히 비용이 많이 드는 조작일 뿐만 아니라 2차원에서만 조작이 가능한 도구로 제대로 활용하려면 3차원에서의 이동이어야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나노단위의 집을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집을 지으려면 목재들을 서로 못으로 지지해야 하는데 현재까지의 나노기술로는 못을 이리저리 밀어붙여 목재 구석의 움푹 꺼진 곳에 갖다놓는 데 그쳤다. 그러나 나노족집게의 개발로 못을 직접 잡고 때려 박아넣을 수 있게 된 셈이다.

 버클리대 교수인 필립 김 박사와 찰스 M 리베 교수는 탄소 나노튜브 두 개로 이 장치를 만들었다. 두 나노튜브에는 금 전극들이 부착돼 있는데 연구팀은 튜브의 전기적 성질을 연구하기 위해 전압을 걸었을 때 전극 팔을 열거나 닫을 수 있음을 알았다.

 연구팀은 나노핀셋으로 직경 500㎚인 플라스틱 구슬을 잡거나 끌고, 삽질하고, 마구 헤집음으로써 이 기구를 자유로이 조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제로 이 나노핀셋으로 직경 20㎚인 갈륨비소 도선(Wire)을 집어들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핀셋을 더 작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물건을 집어드는 모습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크기로 제작했다.

 연구진은 광학 현미경으로 관측하면서 500㎚의 폴리스티렌 뭉치(Clusters)상의 나노족집게들을 테스트, 원하는 대상 물체 가운데 약 80%를 집을 수 있었다.

 나노튜브의 팔은 전기가 통하기 때문에 집어든 물체의 전기적 특성을 측정할 수 있다.

 연구팀은 3차원적으로 나노 크기의 물체를 조작할 수 있는 도구를 제작중인데 전기적, 광학적, 생물학적 관점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STM)과 같이 2차원 또는 평면상에서만 조작이 가능한 도구뿐만 아니라 3차원적으로 극소물체를 조립하고 다룰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 사용된 족집게의 나노튜브 팔들은 가시광선 빛의 파장보다 약간 길다.

 연구팀은 나노족집게를 극소 전자회로의 제작에 응용하고 뇌수술과 같은 극미세수술을 수행하거나 한 세포내의 단백질 복합체를 펼치거나 조작하는 데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나노기술은 한때 모두 공상 과학소설에 불과한 것들이었지만 새 천년 들어 눈앞에서 실제 개발되고 있다. 물질을 원자 또는 분자 단위로 조작하는 나노기술은 앞으로 25년여 동안 가장 눈부신 성장을 보일 분야로 지목되고 있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