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전쟁을 리셋했다. 자국의 전쟁권한법을 사실상 무시한 처사다. 미국은 의회 승인없이 대통령이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기간을 60일로 한정하는데, 이란과의 휴전협상을 시작한 뒤 교전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논리다.
국제유가는 불확실성에 폭등했다. 국내유가도 심리적 저항선인 리터당 2000원을 넘어섰다. 우리 정부의 5차 석유최고가격제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AP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현지시간) 마이크 존슨(공화·루이지애나) 하원의장과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임시의장에게 “4월 7일 나는 2주간의 휴전을 명령했고, 휴전은 이후 연장됐다. 4월 7일 이후 미군과 이란 사이에 교전은 발생하지 않았다. 2월 28일에 시작된 적대행위는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2일 의회에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통보했고, 1일 밤 11시59분을 기점으로 60일이 만료됐다.
미군이 여전히 중동에 투입돼 있는 것에 대해선 “이란 및 대리세력의 위협에 대응하고 미국과 동맹국 및 파트너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수준에서 특정국가와 책임지역에서 대비태세를 계속 갱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도 반응했다. 브렌트(Brent)유는 지난 4월 27일 108.23달러에서 4월 30일 121.68달러로 사흘 만에 12.4% 폭등한 이후, 이날까지도 120달러선을 상회하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 WTI 역시 108.35달러 선에 고착됐다. 아랍에미리트(UAE)의 OPEC 탈퇴에 따라 하락세 조짐을 보인 두바이유도 112.20달러로 국제 유가 전반이 고유가 굳히기 국면에 진입했다.
이는 국내유가의 상승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Opinet)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기준 전국 평균 리터당 휘발유 판매가격은 2010.65원을 기록하며 심리적 저항선인 2000원을 뛰어넘었다. 지난 4월 24일부터 적용된 제4차 석유최고가격제의 공급 가이드라인인 리터당 1934원보다 76.65원이나 높은 수치다. 정부의 가격 통제선이 실거래 가격을 억제하지 못하고 무력해진 셈이다. 서울지역은 리터당 2049원까지 치솟았다. 서울을 비롯한 대다수 지역 소비자는 정부가 정한 상한선보다 리터당 115원 이상 비싼 기름값을 지불하고 있다.
오는 7일로 예정된 제5차 석유최고가격제 고시를 앞두고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다음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과 물가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지만, 국제 유가가 가파르게 높아지면서 추가 동결은 부담은 크기 때문이다. 현재 최고가격 상한인 1934원은 지난 3차 최고가격제 시행부터 동결된 상태로, 현재 국제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당시보다 21달러 이상 상승한 상태다.
정유사의 주유소 공급가(리터당 1929.7원)와 주유소가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 간의 격차가 76.65원까지 벌어진 점도 큰 압박이다. 정부는 정유사가 과도한 이익이나 손해를 보지 않도록 원가를 검증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상한선을 계속 묶어둘 경우 정부가 보전해야 할 '사후정산금' 규모는 시한폭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최고가격제는 시장 실패를 보완하고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한 종합적인 고려의 산물”이라며 “전쟁 상황과 유가 변동성을 지켜보며 적절한 균형점에서 출구 시점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