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11회-뜨는 회사, 지는 회사

「안녕하세요. 저는 매킨토시 컴퓨터입니다. 당신이 들을 수 없는 컴퓨터는 절대 믿지 마십시오. 이처럼 포장지에서 나올 수 있어 기쁩니다.」

마침내 말하는 컴퓨터 매킨토시가 등장했다. 이 매킨토시(모델 128K)의 등장으로 컴퓨터 산업은 대대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하나는 거대 컴퓨터 제국 IBM사가 하락의 길을 걷기 시작하게 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하드웨어 시대에서 소프트웨어 시대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150만달러를 들여 제작된 매킨토시 광고 「1984」는 1983년말 일반에 알려지지 않은 지역 방송국에서 은밀히 첫 방영됐다. 본래 슈퍼볼(프로 미식축구 결승전)을 겨냥해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1984년의 광고 콘테스트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1983년 한번이라도 공중파에 실려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이 광고의 방영은 곧 시중에 알려졌고 하나의 센세이션을 몰고 왔다. 조지 오웰의 동명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러더를 IBM사로 그리고 애플을 이 체제에 도전하는 레지스탕스로 설정한 1분 짜리 영화는 사람들의 화제로 떠올랐고 방송국들은 앞을 다퉈 쇼프로그램 및 토크쇼에서 방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최대한 증폭됐을 즈음, 슈퍼볼에서 이 광고는 공식적으로 단 한차례 방영됐다.

하지만 광고의 성공이 꼭 판매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애플컴퓨터사에서 광고가 나간 뒤 74일간 판매된 매킨토시는 겨우 5만여 대에 지나지 않았다. 당초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실적이었다.

이 같은 판매 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애플 OS시스템의 폐쇄성과 보통 컴퓨터보다 3배 이상인 높은 가격을 들 수 있다. 애플사는 OS와 시스템을 라이선스로 묶어 놓고 전혀 개방을 하지 않아 다른 소프트웨어 개발이 힘들었다. 게다가 128kB에 지나지 않는 하드 드라이브와 사용하기 불편한 하나의 3.5인치 플로피 디스크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스티브 잡스는 미국 공영 방송국 PBS의 다큐멘터리 「컴퓨터의 새시대(1997년)」에서 당시를 『참으로 답답했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행운의 여신이 애플을 놓지 않고 있었다. 바로 그래픽 소프트웨어 전문 업체인 어도비시스템스사를 만나게 된 것이다.

1982년 세워진 어도비사는 당시 레이저 제트 프린터를 다른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차고에서 개발중이었다. 1984년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스티브 잡스는 어도비를 통해 애플의 방향을 내다보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1주일 뒤 어도비의 주식과 판권 일부 소유를 조건으로 애플사는 어도비사가 필요로 하던 자금을 대주게 된다.

1985년은 애플이 가장 성공한 해 중의 한해였다. 어도비사와의 합작은 애플 제품 특유의 브랜딩(상품의 이미지)을 확립시켰다. 당시 PC에 사용되던 운용체계인 MS DOS를 훨씬 앞지른 것이었다.

같은 해 새로 시판된 레이저젯 프린터와 보완된 하드 드라이브, 플로피 디스크 등(모델 512k, IIc)은 좋은 반응을 얻으며 큰 폭의 판매 상승률을 보이게 된다. 하지만 1985년은 창업자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잡스가 애플을 떠난 해이기도 하다.

한편 애플이 컴퓨터 시장에서 그래픽 전문 컴퓨터로 부각되고 있을 때 하락세에 있던 컴퓨터 제국 IBM사가 선택한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이 선택받은 사람, 빌 게이츠는 PC 클론들로 인해 활성화된 시장과 소프트웨어들의 개발에 힘입어 윈도의 시대를 열게 된다.

<테리리기자 terry@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