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디지털혁명은 무서운 속도로 빠르게 인류의 문화와 라이프사이클을 바꿔 놓고 있다.
속도·창의성·글로벌 등으로 표현되는 디지털 혁명은 정보통신과 산업뿐 아니라 삶의 근간을 이루는 문화까지도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새로운 것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를 표현하고 창조적인 예술을 만들어내는 문화상품들도 디지털혁명의 거센 물결에 휩싸이고 있다.
초기 디지털 문화혁명을 이끌어 왔던 LP와 CD, 비디오CD 등도 이제는 주인공의 자리를 내주고 초고속 인터넷망이나 휴대폰을 통해 원하는 음악과 영상을 받아보는 주문형음악(MOD:Music On Demand), 주문형영상(VOD:Video On Demand)이 새 시대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변화의 흐름을 타고 있는 문화상품은 바로 「MP3」(Mpeg1 Layer3:오디오데이터압축기술)로 대변되는 「디지털 음악」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MP3 플레이어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등 이 분야의 종주국이다.
97년 국내 PC통신망과 인터넷을 통해 처음 선보였던 MP3음악파일은 별다른 장치 없이도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음악을 무료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네티즌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아 급속히 확산됐다. 웬만한 음반은 PC통신의 자료실에 들어가면 MP3파일뿐만 아니라 리얼오디오(RA), 웨이브(WAV) 포맷의 다양한 디지털파일로 올라와 있었고 발매된 지 하루도 채 안되는 음반조차도 MP3파일로 제작돼 통신망을 타고 전국적으로 퍼져 나갔다.
PC통신에 한정됐던 디지털음악시장은 99년 하반기부터 음반사 주도의 인터넷 음악사이트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시장을 형성해 나가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이트가 도레미레코드가 나눔기술과 손을 잡고 지난해 10월에 개설한 「렛츠뮤직」(http://www.letsmusic.com)이다. 대형 음반사가 직접 참여한 인터넷 음악사이트 1호인 렛츠뮤직은 음원을 제공하는 음반사와 인터넷사업을 추진하는 IT업체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모델의 전형을 남기기도 했다. 이는 저작권 공방을 최소화시키면서도 음원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꼽히기도 했다.
대영AV와 미디어래보러토리가 만든 「튜브뮤직」(http://www.tubemusic.com), 골드뱅크가 중소 음반사들로부터 음원을 공급받아 개설한 「아이엠스테이션」(http://www.imstation.com), 웅진미디어의 자회사 큐브라인이 개설한 「엠플러그」(http://www.mplug.com) 등이 속속 개설됐다.
10여개 음반사가 연합한 매머드급 음악사이트도 등장했다. 서울음반·월드뮤직·대성기획·KC하모니 등 국내 주요 음반제작사 및 기획사가 공동 출자를 통해 설립한 코리아디지털온라인(대표 서희덕·KDOL)이 만든 「엔뮤직」(http://www.nmusic.com)은 주주 음반사들의 음원을 확보해 국내 최대의 MP3음악서비스에 나섰다.
음반사와는 별도로 음악을 전문으로 하는 인터넷 방송도 잇달아 개설됐다. 주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 집중적으로 뛰어들어 음원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활동으로 시장 개척에 나섰다.
음악 중심의 엔터테인먼트 포털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삼성물산의 「두밥」(http://www.doobob.com), 나래앤컴퍼니가 개설한 24시간 음악방송 「겟뮤직」(http://www.getmusic.co.kr), 제일제당의 디지털 콘텐츠 유통사이트 「드림뮤직」(http://www.dreammusic.com) 등이 대표적 사례다.
디지털음악을 이용한 인터넷 노래방 사이트들도 나왔다. 「엠쇽닷컴」(http://www.m-shock.com), 「엠파크」(http://www.mpark.com), 「태진와우MP3」(http://www.taijinmedia.co.kr), 「금영노래방」(http://www.kumyoung.net) 등이 성업중이다.
무료 음악사이트들도 꽤 많다. 비주류음악을 하는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나 신인들을 주로 발굴하는 사이트들로 「힘모아닷컴」(http://www.himmoa.com), 「문화강국」(http://www.sorigol.co.kr), 「밀림」(http://www.millim.com) 등이 있다.
이 같은 유무료 디지털음악사이트·인터넷 방송·인터넷 노래방 등을 포함해 국내의 디지털 음악관련 사이트들은 1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서비스 수준은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것으로 디지털음악 분야를 선도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 디지털음악시장이 황금기를 맞기 위해서는 수많은 장애물들을 넘어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2000년 디지털음악시장은 휴대형 MP3플레이어 및 주문형음악서비스를 포함해 2000억원에 달했고 오는 2002년에는 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현재 국내 디지털음악시장의 규모는 이 수치의 절반에도 채 못미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유료로 제공되는 디지털음악파일 내려받기 서비스는 국내 주요 음악사이트들도 월 매출 몇천만원을 올리지 못하고 있어 시장 자체가 형성되고 있지 못하다. 인터넷 음악방송 역시 초기 단계라 당분간 유료서비스도 어렵고 수익성은 점차 악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처럼 디지털음악이 산업으로 정착하지 못하고 있는 원인을 전문가들은 「저작권 장벽」과 「수익모델의 부재」에서 찾고 있다.
저작권 문제는 MP3가 처음 등장했을 때부터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저작권단체와 음반사단체들은 저작자의 창작물(음반)을 허락도 없이 디지털파일로 제작하는 것은 저작권법상 복제권을 위반한 것이라며 불법적으로 MP3를 제작하거나 유통시키는 네티즌들과 PC통신서비스업체를 대상으로 실력행사에 나선 것이다.
이로 인해 PC통신업체들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음악포럼을 개설해 MP3파일을 유료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98년 한 해 동안 국내에서 정식으로 사용료를 지불하고 유통된 MP3음악파일은 약 15억4000만원에 달했다. 이 수치는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인포숍 등 5대 PC통신망을 통해 유료판매됐던 MP3파일의 총판매 금액다.
하지만 이 같은 시장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공식 자료도 98년 한 해에 그쳤다. 왜냐하면 연예제작자협회를 앞세운 음반사들이 PC통신 IP들을 통한 유료판매를 중단시키고 직접 음악사이트를 구축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음반사들이 밝힌 공식 이유는 PC통신서비스는 통신망업체·IP·저작자 등 다수에게 판매금액의 70∼80%까지 나눠줘야 하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었지만 실제적으로는 인터넷을 기반으로 직접 디지털음악사업을 추진하겠다는 포석 때문이었다.
이처럼 복잡한 저작권 관계를 손쉽게 해결하고 디지털음악의 이용을 촉진시키기 위해 업계에서는 「디지털음악저작권관리협의회」를 설립하는 방안이 모색됐으나 일부 음반사들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또 문화관광부가 이를 대신해 추진했던 저작인접권 신탁관리단체 설립도 음반협회 이사진들의 이견으로 구체적인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디지털음악사업을 하려는 인터넷 정보제공업체나 이동통신업체, 전자업체 등은 모두 음원을 가진 음반사와 제휴하거나 일정 로열티를 주고 음원을 구입, 사용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그러나 음원을 가진 음반사가 디지털음악시장 선점을 목적으로 아직까지 음원을 독점하고 있는데다 권리관계가 복잡해 음원사용 허락을 받기가 좀처럼 용이하지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또 디지털음악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수익모델을 찾기도 쉽지 않다.
불법복제가 난무하는 인터넷을 통해 콘텐츠를 유료로 서비스한다는 것은 사실상 큰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디지털음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이 속속 개발되면서 디지털음악 활성화를 위한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묶는 음악커뮤니티 사업은 물론, 휴대폰·IMT2000 등 무선인터넷콘텐츠로 디지털음악을 제공하는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다. 또 전자우편을 통한 음악서비스, 인터넷 노래방, 주크박스, 맞춤형 음반, 키오스크, 음악시뮬레이션 게임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속속 시도되면서 디지털음악시장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